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새 폭우가 쏟아졌다. 창문을 살짝 열었더니 강한 바람과 들이치면서 전원이 꺼져 있던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태풍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다. 요사이 비가 참 자주 내린다. 장마철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지만 패턴이 다른 것 같다. 며칠 동안 무더운 열대야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장마'는 '여름철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 패턴이 바테뀌면서 장마가 아닌 기간에도 폭우나 오래 비가 내리는 날들이 생기고 있다.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이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열의 적도는 북반구로 옮겨온다. 육지가 많이 몰려 있는 북반구는 바다가 많은 남반구보다 빠르게 달아오른다. 특히 아시아 대륙은 광활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욱 빠르게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날씨의 음악

사람들은 장마가 아니라 아열대성 우기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기상청에서는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날씨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날씨는 확인하는 것은 일상 속 친숙한 습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어 있을 것이다.

『날씨의 음악』의 저자 이우진은 연세대학교에서 천문기상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기상학자로 바송을 통해 기상 현상을 해설하기도 하고, 신문이나 잡지에 기상 칼럼을 기고해 왔다고 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한겨레》에 <이우진의 햇빛>이라는 칼럼을 쓰는 도중에 편집자로부터 날씨와 음악을 연결 지어 책을 써보자는 제의를 받고 집필했다고 한다.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 저자의 글은 부드럽게 잘 읽힌다. 날씨와 음악의 알레고리 가운데 역사적 사건이나 그림도 나오고 일상사와 멋진 풍광과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의 목차가 유독 길다. 작가는 4계절을 4악장에 빗대어 2악장인 여름이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길어진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자연은 '긴장과 이완,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한 편의 완전한 교향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전에는 악장마다 연주 시간이 비슷했지만 최근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길이도 달라지는 추세다. 봄을 노래하는 1악장은 짧아지고, 대신 2악장의 여름은 점점 길어진다. 악장을 다시 육등분한 절기는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시대의 기후와는 맞아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조금씩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후가 변화한 탓이다. 거기에 날씨까지 춤을 추면서 우리가 체감하는 계절의 시작과 끝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일 년 전체를 통틀어 보면 자연이 긴장과 이완,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한 편의 완전한 교향악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걸 알 수 있다.

날씨의 음악

음악의 선율같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이자 현장 전문가로서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토네이도, 태풍, 우박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우려에 대한 글도 보인다.

여름철 열돔 현상에 대해서는 냄비에 찬물을 넣고 아래에서 불을 때고 수온이 올라가고 공기의 순환이 막혀서 식지 않는 열기와 열대야로 설명하면서 온난화의 원리와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한 원리로 인해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온도를 높이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는 한 곳에 폭염과 가뭄을 주는 동시에 다른 곳에는 홍수를 불러오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감수성이 돋보이는 시적인 문장에 현재 심각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주고 있으며 기상학자가 하는 일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날씨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시적 감수성에 전문적인 설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그 일에 몰두해온 사람이 가지는 재능일 것이다. 장마, 혹은 우기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