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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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가 30년을 넘은 이 시점에서 상호 우호적인 이상적인 외교의 길이 답답하게 막혀있는 것만 같다.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대신 감정적인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강경한 안보의식이 경제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교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이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색 국면에서 양국 항공사들은 중국과 한국을 수요가 줄어서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널리 퍼져있는 혐중정서는 중국인들을 자기 우월적이고 맹복적인 애국주의자로 단순화시킨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거나 도움을 받고 자해공갈을 하는 단편적인 동영상을 반복재생하며 그런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모습이 마치 모든 중국인의 특성인것처럼 납작하게 해석하여 버린다. 이러한 혐중정서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세계는 각자 떨어진 섬이 아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딱 들어맞도록 사소해보이는 부분이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물며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으면서 오랜 역사 동안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김유익

서울에서 태어나 다국적 기업의 금융 IT 컨설턴트로 일하며 서울, 홍콩, 베이징, 도쿄, 싱가포르 등 여러 대도시에서 거주했다. 2012년, 생태 농업 등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활동가로 커리어를 전환해 일본의 자급자족생활센터와 서울의 하자센터에서 일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하이에서 청년들을 위한 생활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중국인 아내와 광저우 근교 마을에 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차이나 리터러시

저자는 광저구 근교에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생활에 기반을 둔 지식과 문화를 통한 여러 아이디어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한국이 가진 특수한 지정한적 위치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명, 여러 세력과의 교역과 교류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책에 담긴 내용들은 때로는 동의되지 않는 점도 있었고 좀더 자세하게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도 책의 '들어가는 글'에 그러한 점이 염려되었던지 이런 말을 꺼내고 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생소한 중국, 생생한 중국인 이야기'에서는 송나라가 최고 리즈 시절로 꼽히는 이유와 홍콩과 대만, 중국의 SF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2부 '추상적인 거약을 넘어 새로운 보편으로'에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도그마, 중국의 검열과 규제 등 중국 사회의 정책과 한계를 이야기한다.

3부 '도그마 너머의 중국과 한국을 만나다' 편에서는 혐중 정서의 또 다른 원인을 '르상티망'에서 찾는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는데 르상티망은 숙명적으로 도저히 능가할 수 없는 상대에게 품은 원한을 뜻한다고 한다. 이 장에서는 중국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라고 제시하면서 한국 청년들이 미국이나 서구 사회로 진출하는 것처럼 중국으로 진출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중국을 찾아내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4부 '두려움과 부러운 사이에서 발견한 새로움'에서는 지금 중화민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와 '민족주의' 대신 '지역'과 '사람'을 만나자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에서는 인터넷에서 촉발된 한복이나 김치 논쟁으로 인해 민족주의 감정 충돌이 발원지가 되었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양국 민족주의의 충돌은 파편적이고 선정적이기 때문에 매우 격렬해보이지만 소수의 계층에 불과하여 반한 기류를 형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문제를 삼고자 하는 내용은 전체 계층으로 확산되어 거의 모든 중국인이 알게 되고 기류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반중정책을 드러내면서 실행하고 있는 현 정부의 외교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책 내용 중에 중국 내에서 보도되는 한국 뉴스가 부정적인 면모 일색이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중국 언론은 K컬처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도 곁들였다고 한다. 이런 의식은 중국인들이 일본 국가는 싫어하지만 일본 문화를 세련된 것으로 묘사하는 것과 반대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사회를 자신들에게 소개된 '도가니, 소원, 기생충,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사회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굵직한 외교 문제 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미디어에서도 이런 왜곡으로 인한 편견이 심해진다면 반한 감정은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든 국가든, 어느 대상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해석해버리면 편리하다.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지 않고 단정짓고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견으로 쌓아올린 기준의 잣대로 납작하게 눌러버린 대상과의 관계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입체적으로 제대로 읽어내는 힘은 필요하다. 저자 본인이 전문가는 아니라도 했지만 이러한 납작 대상화가 가지는 위험성을 일깨우고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각성을 일깨운 것만으로도 읽어볼만 한 책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와 중국 SF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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