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새기는 상처로 고통의 순간을 통과해야 완성된다. 자신의 몸에 고통을 새기고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도 타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은 많이 사라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작년에 소설가 성해나의 <오즈>에서 과거의 아픈 상처에 아름다운 타투를 새기는 장면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존엄이 짓밟히고 파괴된 삶을 살았던 노인의 몸에 새겨진 지옥의 무늬 같은 상처에 새로운 그림이 덧입혀질 때 새롭게 태어나는 빛을 본 듯도 했다. <오즈>의 노인처럼 존엄이 짓밟히는 종류는 아니지만 내 몸에도 상처가 많다. 개에게 물렸다가 생긴 상처, 교통사고로 패인 상처...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것들은 모두 흉터로 자리잡았다. 모두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로 몸이 자라면서 흉터는 내 몸이 자랄수록 작아지고 조금씩 다른 모양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것이 나의 상처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류한경 작가의 첫 사진집 『가장 밝은 검정으로』 은 1년 반 동안 인터뷰이 10명의 타투와 몸을 찍은 결과물이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카메라에 비친 타투는 강렬한 빛으로 생긴 실루엣 같기도 했다. 그 빛은 어디서 왔고, 그들 몸에 드리운 무늬는 무엇의 그림자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빛은 그들의 삶이고 그림자는 그들이 짊어진 삶의 하중이었다. 타투는 그들이 경험한 억압을 들려줬따. 타투 이야기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10명의 타투와 인터뷰를 보면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개인적인 상처도 있고 남과 다른 정체성으로 받은 상처도 있다. 몸에 새긴 타투가 힘이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흉터를 떠올렸다. 흉터에 타투를 새기면 상처의 깊이도 조금씩 얕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