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좋아하고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열일곱살 고등학생 인챈티드는 우연히 오디션에서 마주친 세계적인 알앤비 가수 코리 필즈와 만나게 된다. 코리 필즈는 처음부터 인챈티드를 '브라이트 아이즈'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고등학생 소녀의 사소한 일상을 궁금해하면서 걱정해주는 그는 인챈티드에게 가장 다정한 메시지와 대화와 미소를 건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인 그는 스물 여덟 살이었고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았지만 인챈티드는 그를 믿는다. 특히 윌앤드윌로우 지역모임에서 댄스 파티가 열렸을 때 같은 회원으로 알고 지내는 남자아이가 인챈티드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하려고 했을 때 코리 필즈는 "브라이트 아이즈, 날 믿어. 언젠간 너도 네가 아니라 상대편이 문제였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라고 말하며 그녀를 위로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내밀었던 그 손을 인챈티드는 잡지 말았어야 했다.
코리 필즈는 먹잇감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다른 누구도 뺏어가지 못하도록 고립시키고 가두는 방식으로 여자들을 길들인다. 그에게 처음 만난 소녀들은 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지만, 그렇게 처음에 가졌던 감정은 손아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지배와 착취라는 수순을 밟는다. 모두 재능있고 아름답고 꿈을 좇는 소녀들이었다. 코리의 말을 신뢰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넘어간 소녀들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언제나 너무 늦은 때였다.
《그로운》의 작가 티파니 D. 잭슨은 2017년 청소년 범죄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혐의Allegedly》로 데뷔했으며 흑인 소녀 중심의 흥미진진한 서사로 각광받고 있다. 이 소설은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자 인종차별·성차별·그루밍 성폭력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 특히 흑인 여성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의 위치까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현실의 공포가 더욱 다가온다. 성적 착취와 학대에서 여성에 비해 상당히 안전한 위치에 있는 남성들 중에는 여전히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성폭력에 있어서는 오랫동안 피해자에게 '왜 더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나' '밤 늦게 짧은 옷을 입고 돌아다녀서' '술을 마시고 스스로 갔으니 그런 것 아닌가' 라는 등 피해자의 행동을 비난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는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목숨을 걸었어야만 피해자는 비로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인챈티드는 코리 필즈를 알아갈수록 뮤직비디오에서 상업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공된 이미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뮤직비디오보다 키가 작고 그리스 신을 유화로 그려놓은 것 같은 외모처럼 대단하지 않았다. 코리 필즈는 인챈티드가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면서 공감대와 호감을 얻어낸다. 그래서 처음 코리가 하이드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그녀는 도망가지 않았다. 소변을 볼 얼음통 하나를 넣어주면서 방에 열여섯 시간을 가뒀을 때도 술에서 깨면 미안해하고 다시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