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소통하는 법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말.
김지호 언어치료사가 희아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이 문장에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지며 환한 빛이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의 부정적인 모습(인간은 어차피 혼자라고 생각하는 냉소적인 나)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언어 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8년차 언어치료사 김지호가 2007년부터 지난 겨울까지 만났던 아이들 중에서 스물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했던 경험을 적은 에세이다.
언어치료사로서 처음으로 말더듬는 아이를 만났을 때부터 지뢰밭 게임 속 지뢰를 두려움 없이 터뜨리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까지.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날의 풍경과 날씨, 첫 인상과 첫 인사, 방안의 소소한 물건까지 기억하며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눈에 보이듯 그려내는 글들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가 눈물이 차올랐다가, 마지막에는 부디 잘 살아가기는 마음에 이르렀다.
김지호 언어치료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지만 적지 않은 순간마다 제자리에 머물거 있거나 혹은 뒤쳐진 것이 아닌지 하는 불안을 느끼는 순간에도 가장 바라는 것은 "이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처럼 재잘댈 수 있기를 바라며 언어치료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진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스물 다섯 명의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알 수 있다.
스물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는 스물 다섯 명의 아이들, 스물 다섯 명을 돌보는 더 많은 가족들이 등장한다.
장애 아동을 둔 가정이 평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아픈 아이에게 관심을 쏟는 사이 다른 아이는 소외되는 경험으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아플 수 있다. 돌봄을 담당하는 보호자의 삶은 고달프고 지친다. 장애 아동을 비롯해 보호자, 가족들이 소외되지 않고 서로 지지해야 가정 내의 흔들림은 줄어들고 평온한 삶이 이어질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고민, 불안과 공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회복할 수 있다."
작가는 아동과 보호자(특히 어머니)가 가족 내에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가족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며 언제든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가족에게 친구, 이웃으로 범위를 넓혀 공동체의 나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