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리에서 처음 미확인 홀을 발견한 희영은 절친 필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필희는 홀에 던진 돌멩이가 사라지는 순간을 오래 응시했다. 그리고 다음날 실종되었다. 홀로 빨려들어갔는지 다른 곳으로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필희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의 중요한 것이다.
필희가 사라진 뒤로 남아있는 사람들은 오직 '사라진' 필희에게 집중되어 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다른 일을 해도 마지막에는 필희의 부재가 당연한 수순처럼 삶의 중심에 고여 있었다. 너무 오래 고여 있어서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오랫동안 아팠다.
상실에서 오는 상처를 숨기면서 매끈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꾸몄던 희연의 가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적힌 쪽지 한장에서 시작된다. 희연에게만 상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희연의 남편, 사라진 필희의 동생 필성. 은정의 아빠와 도망친 순옥.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 활발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들을 피해 그늘진 곳에 몸을 숨길 것 같은 사람들.
그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과거의 상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행복해보이는 얼굴 뒤에도 상실과 상처는 존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삶은 상실로 인한 공동까지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상처가 깊은 사람일수록 비어있는 공동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상실을 오래 겪은 사람일수록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속에 호수 밑으로 사라지는 일몰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아파서 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일들이 떠올랐다.
필성은 말했다. 매미가 울면 매미를 봐야 한다고.
매미가 울면 매미를 봐야죠. 매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요. 저러다가 미쳐서 죽는 거라고요.
미확인 홀/ 김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