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을 한참 재미있게 본 적이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강렬하고 소설적인 긴장감이 나른하게 떨어지면서 한국의 전형적 드라마로 변해가서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끝까지 봤던 드라마였기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원작소설을 찾아 읽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정소현의 『실수하는 인간』을 재출간한 책으로 모두 8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가장 먼저 표제작이자 드라마 원작인 <너를 닮은 사람>을 읽었는데, 드라마와 같으면서도 다른 서사가 흥미로웠다. 볼거리가 있도록 살을 붙여가는 드라마와 다르게 원작소설은 군살없이 깔끔했다. 자신이 거짓으로 쌓아올린 행복을 지키기 위해 너라고 부르고 있는 클라인을 불행하게 만들었으면서도 끝끝내 용서를 구하지 않고 오히려 클라인을 나쁘다고 여기는 주인공의 의식, 그리고 그로 인한 모호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드라마보다 좋다. 소설적이기 때문인걸까.
모호하다는 말이 있었던 마지막 장면을 처음에는 독자에게 맡기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니 끝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주인공의 자기연민과 자기변호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늑하게 조성된 전원주택 단지의 취약점은 작은 소리에도 비밀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표현한 문장이 주인공의 심리와 맞물려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