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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난 아무래도 B급이 더 체질에 맞는듯 하다
며느리사표를 마치고 바로 읽기 시작한 B급며느리.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이 글을 쓴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는 사실이 더 좋다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제목만 들었을 뿐.
제목을 듣고 제목한번 기똥차게 붙였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삶이 B급일지도 모르는데 아니 B급도 못 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소위 A급이 되고싶지도 않기에..
그리고 B급 문화가 더 취향이기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고상하고 우아하고 돌려 말하는 것 보다는 재기발랄하고 개지랄떠는 것을 더 좋아하고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지르는 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실제 어느정도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있던 여자들도 결혼이라는 선만 넘어버리면 쭈굴해지고 자신이 없어지고 나라는 존재는 사르르 사라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게 살고 싶다가도 사방팔방으로 얽힌 관계들을 생각하다가 스르르 접고 들어가고 굽히고 들어가는 본의아닌 선택을 하게 된다..
머리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몸과 입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 여자들이 삶속에서 원하는 것이 밥 안하고 제사안 치르고 빨래안하고 그런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싶다
여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하면서 실제 여자들이 예전보다는 더 편해지기는 했다고 말을 한다
밥과 청소와 빨래에 치여살면서.. 직접하지 않고 기계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난..
밥도 싫고 빨래도 싫고 청소도 싫다
당연히 여자인 주부인 엄마인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규정지어놓았다는 것이 싫다
다만 그런것들을 하지 않는다고 옆에서 탓하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는다고 자신이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도 솔직히 싫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인격적인 대우인것이다
남자들이 집에서 자신을 돈 벌어오는 도구로 생각한다고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징징대면서 왜 여자는 아내는 밥해주는 전기밥솥. 청소해주는 청소기. 세탁기취급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세탁 손으로 하라면 할 수도 있다 청소도 매일 할 수 있다
이일이 가치있는 일로 생각되게 해 준다면
나도 여자도 엄마도 며느리도 당신들과 다를바 없는 인간이고 인간으로 대우받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거창한 걸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방을 원하는 것도 -능력도 안 된다- 아이들이 독립해주면 좋고 독립하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들을 서포트해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니 드러내놓고 내몰지도 못하니
그저 원하는 것은 나도 인간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결혼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인데..
얼마나 당당하고 하고싶은 말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았는데 왜 그 집에만 가면 쭈굴해지고 낮춰지게 되는건지..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상황의 탈출이 아니다
살림잘하고 애 잘 기르고 요리 잘 하고 싹싹한 A급 며느리로 인정이나 칭송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림자가 아니고, 있어도 없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우리부모 내가 챙기고 싶고 알맹이빠진 효도안 하고 싶고 남의 가족 뒤치다거리 영양가없게 안 하고 싶은거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이상하게 샹각하지 않고 되바라지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거다
*책속에서
- ˝왜 날 존중하지 않아? ˝
김진영의 질문은 훨씬 근본적이었고 나의 대답은 궁색했다
˝원래 다 그런거야. 그냥 그런거라고 이유따윈 없어. 어른들은 다 그래. 바뀌지 않는다고..
김진영은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보편적인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너를 묻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관계에서는 보통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고부관계만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왜 이런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p18)
- ˝저는 이대로 안 보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진영을 보고 있는 나 또한 다리가 휘청거렸다. 나는 이 단순한 거절의 말이 진영의 성격을 아주 잘 보였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담백하고단순한 직설의 미학과 함께 개인주의자로서 김진영의 소신이 담겨있다. 진영은 시부모와의 분쟁이 생길때도 ‘인간 대 인간의 매너‘를 기대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p71)
- '싫어요'
이말은 건방져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이는 그들을 진정한 대화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진영이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p73)
- 우리 부부에게 가난은 낯선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돈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이번 달은 잘 넘어가도 다른 달에는 공과금을 잘 낼 수 있을지 알수 없었다. 프리랜서의 삶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경제관념이 전무했다.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식이었다. 나는 가난한 절약을 하기 더 어렵다. 절약은 예측을 기반으로 한다. 지출과 수입을 예상하고 소비를 조절해야 하는데 불규칙한 수입으로는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p100)
-* (전어구이파는 음식점 앞에서) 며느리는 왜 맨날 집을 나가?
* 시댁가면 저는 손님입니다. 손님대접해 주세요.
* 그냥 지금 이대로 안 보고 사는게 좋아요
* A급 며느리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 오빠 부모님한테는 오빠가 효도해.
* 제사에 며느리가 꼭 가야 되는 거야? 오빠 할아버지 제사잖아.
* (시부모님앞에서 표정관리 좀 란말에) 그분들은 왜 표정관리 안해?
* 내가 너네 집에 애 낳아주러 왔냐?
* 나는 이집에서 병들어 가고 있다고! 결혼 전에 내가 얼마나 맑고 건강한 사람이었는지 너무 억울하고...
*고작 이 정도 영화를 보고 후련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면 너무 슬퍼요. 여자들이 도대체 얼마나 숨죽이며 살았던 건지.... 나는 그냥 나 살자고 내 생각을 조금 말했을 뿐이라고
* (꽃집에서 디기탈리스라는 꽃을 보며) 이건 남편을 독살할때 쓰이는 꽃이지.. (P100~111)
- 어른이 왜 그렇게 대접받아야 하는지 묻는 순간 나는 패륜이 경계를 넘는 것이다. 대관절 그 어른이란 무엇이길래 이러는 것일까? 삶에서 모범을 보이고 아랫사람을 돌봐주는 것이 어른아닌가? 나는 어른들의 조언에 무척 실망했다. 며느리가 시동생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주일에 두 번씩 시부모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 명절에 참석해 전을 부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이보다는 더 성의 있는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p170)
-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B급 며느리 진영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맺음과 삶의 방식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어머니에게 뜻하지 않는 고통을 주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어머니품을 떠났다. 어머니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의 삶을 응원한다. (p172)
- 할머니들은 의외로 시어머니보다 며느리인 진영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영화를 감상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들도 한때 '며느리'였던 것이다. 그들은 며느리로서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노인이 된 며느리들은 내 손을 꼭 잡으며 감사를 표시했다. 도대체 며느리가 무엇이길래, 반대로 시부모는 무엇이길래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주고 받는 것일까? (p 180)
- 4.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병장은 악마인가? 구타와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내무실은 병장들이 썩어빠졌기 때문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무실의 질서는 병사들끼리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은 장교들에게 있다. 위계가 꽉 잡히고 부조리를 눈감는 병영 문화의 수혜자는 장교들이다. 약한 고리가 먼저 부서진다고 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이등병과 병장은 궂은 일을 책임지는 약한 고리이다. 장교들은 안락한 중대장실에서 허름한 내무실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훈계한다. 코미디 같은 장면이다. 장교에게 가장 큰 책임이있다. 시월드에서의 장교는 누굴까? 바로 아버지, 남자들이다. (p189)
- 모든 갈등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다. 단지 어떤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 선을 넘었을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그런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진영은 패배했는가? 견고한 가부장적 질서를 바꾸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한 것인가?....... 하지만 진영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어머니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사람이 진심으로 진영을 이해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진영이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선'을 넘는 것은 위험하니까. 이제 '선씨 집안'은 선을 지킨다. 시댁의 양보와 인내에 진영이 또한 한 발 양보한 것이다. 진영의 시댁복귀는 이런 작은 변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p210-211)
- 그렇게 조금씩 물러나고 다시 가까워지며 타협의 선을 찾았다. 진영이가 가부장제와 시월드를 모두 전복하지는 않았다. 진영이에겐 애초에 그런 의도가 없었다. 김진영은 현실속 사람이라서 남편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정한ㄷ. 진영이는 그 한계안에서 존종받는 것을 원했고, 이제 전보다 더 존중받고 있다. (내 착각일수도 있다. 진영이가 언제 또 날을 세울지 모른다 나는 진영이가 무섭다) 가부장 질서는 무쇠처럼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 기반은 종잇장처럼 허약하다. 어른들의 헐렁한 조언들이 그 증거다. 나와 진영이는 영화 상영후 객석에서 보았던 여성들의 눈물이 대물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영이는 그냥 대충 참고 넘어가려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하면서 나를 다시 그렇게 만들고 있어. 나는 거부할 거야."
그렇다. 대충 넘어가면 또 한명의 억울한 며느리가 만들어진다.
며느리여, 참지 마라. 만국의 며느리여, 단결하라!!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