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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평점 :
<뉴욕타임즈>의 서평을 담당했던 작가의 이력. 이 한 줄의 소개가 책에 끌리게 만들었다. 뉴욕 타임즈 내에서 북리뷰를 가장한 뉴욕 타임즈를 비판하는 글을 썼을까? 아니면 냉철한 이성으로 순수 북리뷰 만을 했을까? 미지의 분야와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잠시 솟구쳤다. 책을 읽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직업에 몸담고 있었으니 배울 것이 많겠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진실의 쇠퇴’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가장 크게는 ‘웹'을 이야기한다. 이 웹이 주의가 산만하고 정보 과부하가 걸리게 된 주범이라고 말이다. 웹이 학습을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동시에 악당들에게 이용되어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 무자비함과 편견을 퍼뜨릴 수 있다는 치명적 무책임성에 집중 한다.
두 번째는 텍스트는 해석하기 나름이라 할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여 인터넷과 만나게 되어 어떻게 변화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하면 개인 나름의 준거를 통해 주관적 결론을 내리는 것, 온갖 허무주의에 대한 책임은 없는 행태를 총칭 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인터넷과 결합하게 되어 진실에 혼란을 더하고 있음은 물론 과학계에도 침투하여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는 과학자들의 의견 또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이제 앞으로는 증명된 모든 것들을 의심하며 과학이라는 분야 또한 권위가 떨어지게 될 것인가? 과학뿐만이 아니라 역사 또한 포스트모더니즘과 만나게 되면 위험해진다. 이 책의 묘사를 빌려 오자면 아래와 같다.
“ 과거에 대한 지식은 단지 집단 정체성을 확고히 하거나 강화해주는 신화를 역사화해서 특정한 이해집단을 돕기 위한 이념적 구성물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이 기억되지 않는 역사를 모두로 볼 것인가 부분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가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믿고 배우며 살아온 자양분의 모든 것이 허구였다고 한다면, 심지어 이해집단을 돕기 위한 구성물의 기록일 뿐이라고 하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말이다.
이에 더해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은 문학, 영화, 건축, 음악, 회화 등의 영역에 침투하고 때에 따라서는 탈바꿈 시키기도 하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도 침투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트럼프는 이 책의 저자인 ‘미치코 가쿠타니’라는 지식인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곳곳에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일 때 또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웹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혼란성에 기름을 들이 붓는 인물로 트럼프를 비난한다. 그리고 정치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물로 묘사한다. 온갖 무례함과 모순이 트럼프로 인해 가중되었고 이를 분별하지 않으면 진실은 매장된다는 식이다. 트럼프의 프로파간다는 진실에 대한 물 흐리기, 연막 피우기, 침소봉대하기 등 전략인지 주의력 결핍장애인지 모를 특징도 넘쳐난다. 이 저자의 말만 들으면 미국의 패권은 트럼프로 인해 멸망 직전이다. 내가 아쉬웠던 부분 또한 이 부분이다. 왜 유독 트럼프로 인한 물 흐려짐, 연막 피우기만 부각 시키는지 의문이고 아쉬움이다. 힐러리 또한 사소한 말실수에서 부터 국가 보안을 위반한 이메일 스캔들 까지 있지 않았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우선시하고, 유색인종을 차별하고, 여성을 비하하고,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정책들,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부담했던 비용을 축소하려 한 행위들이 문제가 된다면 힐러리 또한 동등한 실적 또는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 할 수 있는 사례를 함께 비교 제공했어야 한다. 모든 가짜 뉴스와 그 폐해를 트럼프 시대 안으로 몰아넣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노력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누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조롱하고 있는지, 거짓과 편파 보도를 일삼는 썩은 매체는 무엇을 말하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알면 알수록 암에 걸릴 것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말이다.
‘미치코 가쿠타니’의 마음을 얻지 못한 트럼프의 예를 제외하면 진실을 위한 냉혹한 비평은 마음에 담아 두어야만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많은 사이트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우리가 보는 정보를 개별화 한다....우리 대다수는 검색 엔진이 편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은 점점 더 협소한 콘텐츠 저장탑과, 이에 상응하게 벽으로 둘러싸인 더 작은 생각 정원 속에서 산다.”
“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단은 극단주의 운동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전체주의 심리란, .. 어떤 주제와 관련해 서로 상반되는 메시지를 맞닥뜨리면 가장 먼저 받은 정보를 선호하는 심리경향을 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