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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짧게나마 지문이 실리기도 했고, 최명희 작가의 혼불과 더불어서 한국 근현대사를 여러 인간군상으로 이토록 인상적으로 그려낸 소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읽었음에도 읽을 때마다 서희와 길상이에 대한 인상은 매번 새롭고, 동학농민운동이 성공했더라면 과연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매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가 주로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짜 나갔다면, 김약국의 딸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다. 물론 김약국의 딸들 역시 토지와 마찬가지로 온갖 인간군상들이 등장하며, 그 인간군상들은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고 울고 웃으며 시대를 입체적으로 독자의 눈앞에 그려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또한 김약국의 딸들은 당시 비참하던 여성들의 삶을.작품 속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한 번쯤 주목할 만하다. 아편중독자인 남편에게서 도망치려다가 살해당하는 용란, 시부의 강간을 피하여 길을 떠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용옥,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이를 제손으로 살해하게 되는 용숙 등등 이 소설 속 김약국의 딸들은 그야말로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되며 그것은 당대 여성들이 처해있던 사회적 부조리와 차별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과연 김약국의 딸들이 아니라 아들들이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