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더 운명
미리 / 에피루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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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명문가의 규수인 예원은 어린 시절 정혼자였던 원이 가문이 망하게 되자 매우 낙담하게 됩니다. 원의 가문은 부마가 되는 것을 부친이 거부하자 왕의 노여움을 사서 원은 금혼령을 받고 집안이 역적으로 몰락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을 흠모하고 있던 예원은 그가 자기 집으로 오자 노비인 원에게 존대말을 쓰며 원이 다시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원도 예원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둘은 팔관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치게 되는데 이것을 예원의 어머니가 알게 되고 원은 죽을 뻔합니다. 원은 송으로 도망가서 고려왕과 같은 고관이 되어서 오고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데요.

우선 이 작품의 장점은 나름대로 어휘에 있어서 한자어를 적재적소에 잘 넣었다는 것입니다. 한자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면서도 용례에 어긋난 것이 없고,문어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글에 녹아들어 유려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고전문학 느낌이 나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배경만 고려이지 조선시대를 기반으로 쓴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부마를 거절하다 노비가 된 사례는 조선시대 태종의 것이고, 양반이라는 신분 자체도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것이며,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고려시대보다는 조선시대에 매우 가깝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왕비에게만 썼던 호칭인 옹주를 조선시대처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정신옹주 일화를 작중에 그대로 갖다 썼는데 이럴 바에는 가상국가로 배경을 설정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후반부에는 분명 송나라 시대에서 명나라 공녀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작품 내에서 몇백 년의 시간을 이동하는 설정오류까지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로서의 감정선은 비현실적이긴 하나 괜찮습니다. 둘은 처음부터 서로를 좋아했고 끝날 때까지 한결같습니다. 남주인 원도 여주인 예원도 육체적으로 서로가 처음이었고 정신적으로도 서로가 처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변치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사랑은 없지만, 장르소설 특성상 많은 독자들이 꿈꾸는 낭만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제목 부분을 좀 더 동양물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지었다면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제목이 장벽 역할을 할 것 같아 표제 선정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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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더 운명
미리 / 에피루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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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제목이 동양물에 어울리지 않는 것만 빼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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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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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짧게나마 지문이 실리기도 했고, 최명희 작가의 혼불과 더불어서 한국 근현대사를 여러 인간군상으로 이토록 인상적으로 그려낸 소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읽었음에도 읽을 때마다 서희와 길상이에 대한 인상은 매번 새롭고, 동학농민운동이 성공했더라면 과연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매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가 주로 한국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짜 나갔다면, 김약국의 딸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다. 물론 김약국의 딸들 역시 토지와 마찬가지로 온갖 인간군상들이 등장하며, 그 인간군상들은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고 울고 웃으며 시대를 입체적으로 독자의 눈앞에 그려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또한 김약국의 딸들은 당시 비참하던 여성들의 삶을.작품 속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한 번쯤 주목할 만하다. 아편중독자인 남편에게서 도망치려다가 살해당하는 용란, 시부의 강간을 피하여 길을 떠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용옥,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이를 제손으로 살해하게 되는 용숙 등등 이 소설 속 김약국의 딸들은 그야말로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되며 그것은 당대 여성들이 처해있던 사회적 부조리와 차별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과연 김약국의 딸들이 아니라 아들들이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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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3 소설 조선왕조실록 15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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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은 구한말 고종 때 춤을 추던 궁기이고 당시 궁녀의 신분은 양인도 있었지만 천인도 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신경숙 작가의 모 사건 이후로 리진은 다시 읽기가 껄끄러운 소설이 되어서 읽지를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찾아보았던 리심이라는 실제 궁녀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도 있었나 싶어 신기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었지요.

시작 부분은 참 어찌보면 낭만적입니다. 리심은 비천한 신분으로서 관기이고 앞에 나와서 연회 때 춤을 추던 중 그녀의 춤에 반한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의 청을 받고 타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리심은 이질적인 환경에서 고생을 하게 되지요. 당시 유럽이나 타국의 상황에서 볼 때 약소국인 조선 게다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엄청났었는데 그곳에서 동양여성인 리심이 받았을 편견은 얼마나 엄청났을지 상상도 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이 소설 속에서 리심의 삶은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차별에 허덕이는 모습이 세세히 그려집니다.

그렇다면 고국으로 오면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싶지만 리심의 신분은 조선에서는 비천한 관기이며 결국 고종의 명에 의해 다시 춤추는 관기가 됨으로써 프랑스대사에게도 존재를 부정당하고 버림을 받게 됩니다.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에게는 사랑보다도 국익이 중요했겠지요. 물론 실재 역사에서는 콜랭은 직지심체요절을 비롯한 많은 조선 문화재들을 약탈하듯이 가져간 파렴치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리심에 한해서만은 그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몸부림쳤고 당시 여성의 몸으로 온갖 학문을 익히며 교양을 가졌던 리신이 슬픈 죽음을 맞는 것은 참 당시 조선이 얼마나 인간에게 억압적인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탠데 리심의 운명은 너무나 가혹하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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