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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에 관하여 - 숭고하고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단상들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미디어윌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 걸작에 관한 저자의 단상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박식하고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였는지 알 수 있다. 그저 몇몇 걸작에 대한 해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걸작의 탄생에서부터 어떠한 책을 걸작이라고 부를 것인지 등등 걸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시시콜콜, 거침없이 전개하고 있다. 나의 능력 밖의 내용들이 시도때도 없이 자주 나타나 술술 읽어내려가지는 책은 아니었지만 정확하게 의미파악을 못한다고 해도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느낌으로 통했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과는 다른,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는 책으로 한줄한줄 진지하게 임했다.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중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작가가 부는 피리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코브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독서노트에 기록해두고 책을 읽을 때마다 코브라가 되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있다. 걸작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에 의해 "걸작"이라고 이미 판명이 난 작품을 대할 때 그 권위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독자로서의 자세를 바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걸작인지 아닌지는 바로 책을 읽고 있는 "내"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독자가 없이는 걸작은 존재할 수 없다.
"알려지지 않는 걸작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다. 숭배받기 때문이 아니라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 혼자서 발견한 책도 있다. 이렇게 혼자만 아는 책은 내가 좋은 곳에 있다는 기쁨을 두 배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게으른 사람들을 도와줄 필요는 없다. 귀하고 연약한 책들이다. 더러운 손이 그 책들을 만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23~24쪽
작가의 책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게으른 사람으로서 허를 찔린 듯 깜짝 놀랐다. 그동안 너무 친절한 설명서들에 기대어 왔기에 더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좋아한다면 남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걸작들까지도 찾아낼 수 있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갖춰야 할 것이다. 책에는 작가의 이런 거침없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거슬리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걸작 들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생각되었다.
그 동안 말로만 책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녔지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독서는 하지 않고 지내온 게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말보다는 실천으로 행동해야겠다. 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걸작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부지런해져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고 책을 대하는 자세 또한 다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다. 많은 걸작들을 접하고 난 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 그때는 지금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알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