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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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의 눈빛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눈빛에 총기와 생기가 있는지 여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고는 한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님 뒤에 앉아서 졸다가 문득 나를 쳐다보는 시선에 깜짝 놀라 깼을 때 바라본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생생한 총기는 노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책날개에 올려져있는 작가의 눈빛 또한 예사롭지 않게 날카롭고 생긴 모습 또한 내가 상상하는 작가의 모습과 상당히 어울려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역시 작가 소개에는 "사회를 응시하는 진지한 시선"이라는 글이 씌어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여실히 느꼈다. 사회의 낮은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말리, 스리랑카, 몽고, 나이지리아는 더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 나라들은 현실성을 잃어버렸다. 사람은 그들이 태어난 장소에 의해 정의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벌 받을 수 없었다."                              --- 47쪽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는 "파리"라는 도시는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유명 미술관, 수많은 관광객들, 예술의 도시 등등. 그러나 작가는 파리의 낮은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음지. 책의 주인공은 돈을 벌기위해 말리에서 죽을 각오로 밀항을 해 파리에서 10년 5개월 동안 청소부로 살고 있는 청년 삼바. 말리에서부터 유럽에 도착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실제로 죽기도 많이 하며 밀항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충격적이고 안타깝고, 도대체 돈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체류증을 주지않는 차갑고 도도한 유럽사람들의 모습은 그와 대조를 이루었다.


"혹시 너 혼자 저쪽으로 건너가게 되면, 너답게 살겠다고 약속해줘"

                                 --- 43쪽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니 책을 읽어본 사람의 마음으로 꼭 보고 싶다. 영화를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가 않는 서글픈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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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한글 쓰기 - 기초부터 응용까지 마스터하기 병아리 한글쓰기 학습교재
배수현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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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한글배우기에 열심인 아들래미를 위해 선택한 책. 아무거나 엄마가 불러주는 데로 받아 쓰는 것보다는 이렇게 재미있는 형식을 갖춘 책이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훨씬 좋았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에 대한 부분도 있어 내가 살고 있는 주소를 써보는 기회도 가져봤고, 여러나라 국기들로 이루어진 퍼즐들을 맞춰보며 관심가졌던한 나라 이름들도 한번씩 써보았다. 아이가 참 좋아라하며 즐겁게 한글쓰기 연습을 해서 보는 엄마도 참 흐뭇했다. 해라해라 말로만 잔소리가 될텐데 스스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기분이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ㄱ,ㄴ,ㄷ 이나 ㅏ, ㅑ, ㅓ, ㅕ 부터 시작해서 날마다 조금씩 써보는 것도 해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처럼 이미 한글을 깨친 나이의 어린이들에게는 엄마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가르쳐주지 못한 단어들을 알아보고 써보고 하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엄마가 굳이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좋아하면서 눈에 띄면 한장씩 써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을 내가 간섭한다면 나나 아이나 피곤하고 쉬이 지칠텐데 일부러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어 참 편하고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읽기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니 독서도 조금씩, 글쓰기도 조금씩 꾸준히 해나간다면 아이의 한글 실력, 생각하는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사리손에 연필을 쥐어잡고 꽁꽁 글씨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귀엽고 대견하고 신기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써나가겠다고 엄마와 약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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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마이셀프 Me, myself
헤이즈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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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역할들을 해내느라 바쁜 나날중 정작 나에게 신경쓰는 시간이 적은 것 같아서, 그리고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두가지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책. 사실 책이라기 보다는 끄적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나에게 마련해 준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뭔가를 쓰고 있는 동안만큼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나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진짜 내 모습은? 나의 진심은? 내 삶의 주인은? 내가 그리는 나의 삶은?

마치 사춘기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그때의 일기장에는 이런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저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을 써가는 과정은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생활에 지치고 단련되어 잊고 지냈던 질문들. 삼십대이든 오십대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질문이지만 우리는 뭔가 다른,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빠져 잊고 지내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삶을 그래도 제대로 살고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안주하여 마치 그것이 나의 본모습인 것 마냥 아무 생각없이 살지 않기 위해, 그런 허무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장을 마련해 주었다. 내가 채워나가는 나만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사춘기 소녀 시절의 일기장 같은 달달한 책에 한글자 한글자 채워나가는 기쁨이 참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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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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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너무 맘에 든다.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책.

중학생 시절 입학전 숙제가 데미안을 읽고 독후감 쓰기였다. 너무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좋았다. 그 뒤 <수레바퀴 아래에서>와 <지와 사랑>까지 읽고나서는 헤르만 헤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항상 꼽혀 왔었다. 그러고는 한참 헤세를 만나지 못하고 지내왔다. 헤세가 3천편이나 되는 서평을 썼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그중 몇편을 골라 옮겨놓은 것이 이 책이다.


사실 헤세가 소개하는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유명하긴 하지만 미천한 나의 독서행태로 살펴보건대 거의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한장한장 넘겨나가는 데 쉽지 않았고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공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읽지 못한 책들의 서평들일지라도 그 글들을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평생 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는 헤세, 그러니 3천편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서평을 써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위대한 작가가 남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이나 소개글, 평가를 내린 글들을 읽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었다. 날카로운 비판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고 거의가 따스한 시선으로 써내려 갔다. 간혹 비평을 한다해도 작가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게끔 포용하는 태도이다. 헤세의 문학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글로 쓰인 모든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글쓴이가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글을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정신임을 알 것이다.

 타인의 피를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으며 게으름 부리는 자들을 미워한다."

                                          ---- 9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용


이 글을 읽으며 책을 읽는 자세에 대해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본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세조차도 피로 글을 썼고 타인의 피로 쓰인 글을 이해하기 위해 게으름부리지 않고 처절히 노력하였을 것이다.


"여기 적은 생각을 그런대로 맥락을 갖춘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내게는 가능하지가 않았다. 내게는 그럴 재능도 없거니와, 그 밖에도 많은 작가들이 하는 일이지만, 몇가지 발상만을 엮어서 실제로는 일부만 좋고 대부분은 그냥 하찮은 내용을 가지고 올바른 결론이라는 듯 완전성의 인상을 주는 글을 쓰는 것이 일종의 오만함이라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 72쪽


나 또한 서평이라는 글을 쓰면서 자주 느끼던 감정인데 헤세가 콕 찝어 문장으로 써놓았다. 저 위대한 헤세 조차도 생각을 형식으로 갖춰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런 재능은 본인에게는 없다고 털어놓는데...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고 해야하나... 머릿속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헤세가 소개해준 책들을 읽어보고 다시한번 이 책을 보고, 나의 느낌과 헤세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싶다. 앞으로 책읽기에 더 열정을 쏟아붓고 싶다는 동기를 심어주는 책이다. 내 평생에 걸쳐 3천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그에 해당하는 서평을 쓰게 될지도 알 수 없지만 황새를 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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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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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그 중에서도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부분이 특히 더 알고 싶으면서도 약해 작년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를 더 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딱딱하지 않고 학창시절의 암기식 역사가 아닌 이야기 형식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알고 싶던 내용들이 쏙쏙 들어차 있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오로지 양지만을 바라보며 호의호식하던 이완용, 이인직, 윤치호, 그리고 전혜린의 아버지 전봉덕의 행각들을 읽으면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당시 본인들은 처세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죽어갔을지는 모르나 후세에 이렇게 다 드러나게 되있으니 말이다. 또한 친일파들이 어떻게 해서 내쳐지지 않고 득세하게 되었는지는 조정래의 아리랑, 한강을 읽은 이후부터 줄곧 더 명확하게 알고 싶던 내용이었다. 이승만이 정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 친일파 세력을 이용하였다는 부분, 김구 선생 암살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울화가 치밀었다. 책의 내용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좋았지만, 특히 60세 넘은 노인, 강우규 의사의 사진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맑고도 의지에 찬, 선량한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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