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어진 역할들을 해내느라 바쁜 나날중 정작 나에게 신경쓰는 시간이 적은 것 같아서, 그리고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두가지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책. 사실 책이라기 보다는 끄적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나에게 마련해 준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뭔가를 쓰고 있는 동안만큼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나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진짜 내 모습은? 나의 진심은? 내 삶의 주인은? 내가 그리는 나의 삶은?
마치 사춘기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그때의 일기장에는 이런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저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을 써가는 과정은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생활에 지치고 단련되어 잊고 지냈던 질문들. 삼십대이든 오십대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질문이지만 우리는 뭔가 다른,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빠져 잊고 지내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삶을 그래도 제대로 살고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안주하여 마치 그것이 나의 본모습인 것 마냥 아무 생각없이 살지 않기 위해, 그런 허무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장을 마련해 주었다. 내가 채워나가는 나만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사춘기 소녀 시절의 일기장 같은 달달한 책에 한글자 한글자 채워나가는 기쁨이 참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