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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중학생 시절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1년에 걸쳐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한문장 한문장이 이해하기 어렵고 뭔소리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분이 <테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을 들었고, 나의 기억과 상충되는 그말에 언젠가 다시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학생 필독서로 독후감 숙제로 흔히 나오는 <데미안>이나 <테스>같은 작품들은 그 나이대에는 솔직히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어렵다는 고정관념으로 굳히지 말고 후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한번씩 더 읽어주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테스를 다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토마스 하디의 다른 책을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어렵고 지루했다는 고정관념을 이번 책이 깨줄수 있으련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책장을 열었다. 첫장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시작이었다. 역시 대가이다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사람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주변 풍경을 묘사하는 데 한문장 한문장들이 철학자와 같은 성찰을 품고 있었다. 꽤 두꺼운 책이었으나 그러한 문장들을 만나는 기쁨이 컸다. 물론 죽기전에 꼭 읽어봐야 할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책이니러브스토리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운행의 시는 자주 쓰이는 문구지만, 그 아름다움을 서사시 형태로 즐기려면 자정이 넘은 밤중에 언덕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잠에 빠져 이 시각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모르고 넘어가는 문명인 무리와는 다르다는 자각이 들어 의식은 점점 확대되고, 별들을 지나 위풍당당하게 전진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오랫동안 조용히 지켜보게 된다. 그처럼 생각과 시각이 습관적으로 머무는 곳에서 높이 떨어진 채 천체 사이를 야간 정찰한 뒤에는 영생의 능력이라도 얻은 듯 고양된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p26~27
"사람은 어떤 대상을 정면에서 또렷하게 관찰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내면의 바람에 따라 대상에 색깔을 입히고 형체를 만들어낸다."
-- p35
"천제의 어조에 이례적으로 실리는 강한 음색과 같이 평범한 사람을 우스꽝스러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이미 인정받은 장점을 스스로 강조하는 것이다."
-- p39
이러한 문장들을 읽고 있자니 작가라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새삼스럽게 돋아났다. 도대체 인간을, 자연을 얼마나 오랫동안 주의깊게 관찰하면 위와같은 문장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1800년대 후반에 태어난 작가임에도 지금 읽어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인간에 관한 통찰들이다.
주인공 여자들은 외모가 뛰어나고 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하나같이 남자보는 눈은 없는 것인지. 읽다보면 참 답답하고 한심한 마음이 든다. 그냥봐도 농부 오크가 사람됨이 올바르고 진짜배기란 걸 알 수 있는데, 어찌하여 저러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면 작가들은 참 짖굿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위대한 사랑이야기는 남녀를 뛰어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이 소설. 참으로 매력적이다. 영화로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꼭 챙겨받아야 겠고, 중학교때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테스>역시 다시 읽어보고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다. 할일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