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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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것은 내 코앞에 있다가 무릎 위로 털썩 주저앉더라도 냉큼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무엇이니까."


죽음에 관해 많이 읽고, 또한 누구보다고 자주 접하게 되는 직업임에도 역시 죽음은 냉큼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번 읽었던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과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죽는 과정을 지켜보는 딸의 시선이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식이다. 프랑스적으로 깊이 세세히 파고들지 않는,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사변적인 느낌이 아니다. 좀더 캐주얼하고 가볍다. 그러면서도 일상에, 실제에 더 가깝게 느껴져 언젠가는 나도 겪게 될 일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역시 나는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그들의 죽음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초연한 태도가 약간은 거리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장을 덮는 마지막까지 눈물은 나지 않았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80대 노인에 체중도 30kg대로 아주 노쇠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투석을 견디기가 힘들어 더이상 투석을 받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 선언에 아들과 딸들이 벌이는 논쟁에 누가 옳다고 편을 들 수 없었다. 너무나 어려운 결정이기에. 힘겨운 투석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옳으냐, 인간으로의 존엄성을 지키며 마지막 생을 즐기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옳으냐... 참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어쨌든 책에서는 어머니의 의사를 존중하여 투석을 받지 않고 집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기로 한다. 투석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생은 약 14일 정도. 그 시간의 기록들이 이 책이다.


책의 저자가 말하듯 죽음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어느날 갑자기 맞이하게 되는 돌연사가 있고, 암 등의 질병에 걸려 6개월이면 6개월, 1년이면 1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이 있다. 나역시 돌연사보다는 죽음을 준비하고 주변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시한부 인생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 14일이라는 시간은 어떠할까. 어머니는 결코 죽음에 기죽지 않고 그 시간을 즐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병문안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 남기고, 어떤 유품을 누구에게 남겨줄지에 대해 고민한다. 장례식에서는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며 츄리닝을 맞추기도 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앞에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진정한 인간의 존엄성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역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때 그러고 싶다.


어머니가 아무리 씩씩하게 버텨준다고 하여도 가족들은 이러저러한 일들로 힘들게 마련이다. 대소변 처리라든지, 문득문득 찾아오는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일, 갑자기 어머니가 세상을 버릴까 걱정하며 새우잠을 자야 하는 것 등등. 14일의 시간은 가족이 더 지쳐 피폐해지지 않으면서도 어머니와 추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닥칠 장례식에서 입을 드레스와 악세서리 등을 조합해보는 등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죽음을 맞을 수 있었던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에게 어쩌면 참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시간없이 어머니를 떠나보냈다면 떠나는 사람도 남겨지는 사람도 얼마나 회환에 쌓여 괴로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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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에 설래! 꿈공작소 26
나딘 브랭 코즈므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박정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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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가 있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분홍 친구가 항상 앞장을 서고, 그 뒤에서 작은 두 친구가 손을 잡고 따른다. 뒤에 있는 친구들은 덩치 큰 분홍 친구에게 가려 신호등도 보이지 않고 답답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떠난다. 언제 어디서나 순선대로 다니던 세 친구들. 어느날 뒤에 있던 친구들이 앞에 서고 싶어한다. 그동안 큰 친구에게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던 세상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순서를 바꾼 세친구. 키가 작은 친구가 앞에 서자 신호등도 보이고, 커다란 트럭이 위험하게 달려오는 것도 잘 보여 속이 시원하긴 하지만 항상 앞가림을 잘하며 친구들을 인도해야 하는 부담감이 따른다. 또한 더이상 토끼 친구와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길을 잘 인도해야 나머지 두 친구가 잘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될까? 내가 깨달은 것은 이렇다. 커다란 존재에 의해 보호받으며 지내는 동안은 안락하게 바깥의 위험 따위 신경쓰지 않고 친구와 다정하게 자신들만의 이야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살 수 있지만 세상을 배울 수는 없다. 그러다가 역할이 바뀌어 내가 세상에 나아가 온갖 위험과 새로운 상황에 신경을 쓰게 되면 더이상 친구나 가족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박탈된다. 그러므로 이것도 저것도 모두 장단점이 있는 법. 남의 것이 더 좋게 보여 부러워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좋아보이는 역할에도 나름의 고충이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어린이 동화를 보며 깨달았다. 내가 배운 내용을 함께 읽은 아이에게 강요하진 않았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느꼈을까? 물어보니 서로 사이좋게 앞에도 서고 뒤에도 서고 골고루 해야 된단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역할 모두를 경험해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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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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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두꺼운 책이다. 평소 을유문화사라는 출판사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선택했던 이 책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트라우마나 힐링에 대한 쉽고 가벼운 내용을 담은 책들에는 이제 더이상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이처럼 진지하고도 학술적인 책과의 만남은 새롭고도 즐거운 자극을 주었다.


학생때 정신과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상기해나가며 새롭게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던 이 책. 분명 교과서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연구와 실험결과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어 더욱 정신과에 매력을 느꼈다. 사실 고등학생때 나의 꿈은 정신과 의사였다. 지금은 꿈과는 다른 과를 전공하고 있지만 여러 정신과 의사들이 책을 내는 것을 보며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또다시 동경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의학박사로 30년간의 연구결과를 이 책에 펼쳐놓고 있다. 어려운 전문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트라우마나 심리학, 뇌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라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논문처럼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로만 늘어놓지 않고 책으로 읽어도 무방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셈라드 교수는 우리에게 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대부분 사랑, 그리고 상실과 관련 있으며 환자가 삶의 현실을 삶에서 얻는 모든 기쁨과 가슴 아픈 감정들을 '인정하고, 경험하고, 참고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62쪽)


트라우마 환자에 대한 연구들이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더불어 재미있었던 것은 뇌에 대한 여러 실험들이었다. 뇌의 어떠한 부분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서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등등 뇌에 대한 연구는 이미 많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바탕으로 트라우마를 비롯한 여러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탐구해 나아가는 과정들이 참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다. 또한 어릴 적 아이들이 받은 학대와 정신적 상처가 그 아이들의 미래에 끼칠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부모로서 행동 하나하나에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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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0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포석 (시즌 2) 미생 10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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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고, 나도 무척이나 아끼는 미생.

드디어 10권이 나왔다.

이제 대기업에서 나온 김사장, 김전무, 오부장이 함께 차린 회사 온길 인터라는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여전히 장그래 사원은 열심히는 하지만 일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함께 사업을 할 지 알아보기 위해 어떠한 사장을 만나 모두 함께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장그래는 그 사장에 휘둘려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하지만, 장그래를 제외한 김사장, 김전무, 오부장, 김과장은 모두 이 사람과의 사업은 절대 안되는 일이라며 의견이 같다. 각자 탈을 쓰고 바둑판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그래 혼자만 관람자가 된 것이다.

그 때 느꼈던 기분이 어땠을까. 난 일단 아찔했다.

다들 알고 노는 판에 나만 모르고 순진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바보된 느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프로가 되어야한다.

아무리 인간 사이의 정이 있다해도, 일단 나 스스로가 독립된 프로여야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보살핌을 받을 것인가.


김동수 대리가 나머지 임원들을 대상으로 연봉협상을 하는 모습도 인상깊다.

각자 자신만의 무기를 들고 나와 싸우는 전장과도 같다.

사소한 정 따위 들어설 틈이 없다.

사회란, 인간사란 다 그런 것인가 보다.

냉혹하면서도 직시해야 하는 현실.

직장인이 아닌 누구라도 이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윤태호 작가도 말했다.

어떤 감동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나도 역시 내 자리를 돌아보게 되었고, 어떤 환상같은 것을 꿈꾸기 보다는 냉혹하고 차갑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원 인터에서 받던 월급보다 턱없이 낮은 월급을 받게 되는 김동수 과장.

얼마의 월급을 받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그 월급에 합당한 내 몫의 일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라는 말.

주옥같다. 이외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옥같은 대사와 장면들이 무지 많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11권은 또 언제 나오려나... 엄청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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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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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내 인생 이대로도 오케이, 그 어떠한 인생도 그대로 오케이라는 것이다. 내가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가 결정하도록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땅에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심지 곧게 서있는 나무처럼 지금까지의 내 삶을, 지금의 나를 버티며 살겠다는 용기가 불끈 생긴다. 서른 일곱이 된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소설로 만들어 놓은 것을 읽으며 나또한 감추고 싶었던, 부끄러웠던 기억들을 하나한 끄집어 보았다. 그것들은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 온 나만의 "괴물"이기에 의미가 있다. 나 역시 언젠가는 나의 "괴물"들에 대한 기록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나와 내가 성장해온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누나는 어렸을 적부터 "나좀 봐줘"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인격장애라는 정신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러 기행을 벌인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난폭행동으로, 학교에 들어가서는 튀는 행동을 일삼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당산나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런 딸을 엄마는 감당하지 못하고 속마음은 어쨌든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안지를 못한다. 엄마도 성인군자가 아닌 하나의 어리숙한 인간일 뿐이다. 그러한 모녀간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나, "아유무"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을 다스리며 나름의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삶의 과정들을 겪으며 불행할 줄 알았던 누나는 오히려 안정을 찾고 결혼까지 하는 등 삶의 기반을 다지며 스스로의 삶을 잘 꾸려나가게 되지만, 얼굴도 잘 생기고 험난한 삶을 겪어보지 않던 내가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란과 이집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들을 이란과 일본, 이집트로 삶의 터전을 바꿔나가가게 하는 것을 보며 이것은 역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작가는 여자인데 주인공 "나"는 남자이다. 그러나 화자인 "나"못지 않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누나의 존재는 작가가 나와 누나 모두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고,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지를 몰라 종교에 심취하던 누나는 결국 티베트 여행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걸어보라고, 네가 믿을 것은 네가 직접 찾고 정하라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카이로로 돌아간 나는 이집트 친구 야곱과 나누었던 진정한 우정, 그리고 결정적인 단어 "사라바"를 찾게 된다. 사라바의 의미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단어가 주인공이 "신"으로 삼고 가슴에 담아두어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믿고 앞으로 걸어나가게 해준다는 사실만이 의미있을 뿐이다. 결국 그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작정한 주인공이 쓴 소설이 지금 이 소설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권으로 된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이 나는 참 좋았다. 읽는 동안 어떤 특이한 삶이든, 평범한 삶이든 다 그것대로 괜찮다는 위로를 주어서 좋았고,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 읽는 재미가 있어서도 좋았다. 서른 일곱 살 동안의 삶의 이야기는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여서도 좋았다.


"어빙은 모든 사물을 같은 간격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사건에 우열을 두지 않고 같은 종이 위에 놓고 있지. 그거야말로 소설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2권,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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