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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서울대 선정 꼭 읽어야 할 100권의 책이라든지 하는 책소개에서 자주 접하던 책이라 내용은 몰라도 책제목만큼은 친근하다. 그래서 언젠간 꼭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던 책이었는데, 최근 줄리언 반스의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자주 언급되어 더욱 신경쓰고 있던 책이다. 그러던 차에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라는 이 책이 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무신론자로 유명하다는 리처드 도킨스. 반스의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도킨스가 말한 것은 우리 몸이란 결국 유전자를 운반해주는 역할 밖에 못하는 허무한 존재이므로 죽음 뒤를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고, 인생에 너무 커다란 의미까지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신선한 시각이라고 지금까지도 생각한다. 지금 들어도 신선한 충격을 받는 내용인데 1970년대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정말 반향이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서문에서 작가도 언급하듯이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에 가해진 비판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명 역할도 하고 있다.
<확장된 표현형>은 이기적 유전자, 그 다음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나, 내가 쓴 책중 다른 건 몰라도 이 책만은 읽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 힘입어 <이기적 유전자>를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았다. 그래서였을까? 많이 어려웠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난 뒤였다면 이해가 좀더 쉽지 않았을까, 읽기가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표현형 (phenotype)을 비롯한 단어들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직업을 가졌고, 학생때 공부했던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한줄 한줄 해석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많아 곱씹어 읽어봐도 역시 이해가 안되어 일단은 그냥 넘어가고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 이해해보자 했는데,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ㅜ
어쨌든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으니 세세한 부분까지 내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해도 뿌듯함만은 남는다.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할 당시가 35세였다고 한다. 천재임이 분명하다. 거기다 글솜씨까지 갖춘 듯하다. 번득이는 재치가 느껴졌다. 옮긴이의 말에도 있듯이 이 책에서 말하고 하는 바는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 운반자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사례들을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새로운 면을 말하는 것 뿐이라고. 다른 책도 읽는 데 세배, 네배의 노력이 들어갔는데, 그만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넓혀 주었고, 새로운 방향에서 현상을 바라볼 수도 있음을 가르쳐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