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를 기다리며 위픽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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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걔가 저한테 남기려던 메시지가 뭔데요?”

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실종되었다는 바로 그날이었다.

12살의 정해는 부모님의 싸움을 자주 목격한다. 엄마에게 계산을 잘 하고 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받으며 지내던 중 엄마가 먼저 집을 나갔다. 그렇게 투기꾼인 외할머니댁에 맡겨진다.
할머니는 돈 냄새를 맡고 미아도라는 섬에 가는데 정해도 동행하게 되고 거기서 한 달여간을 지낸다. 또래 아이들이 없었기에 우영이란 아이와 자연스레 어울리게 됐다.
우영은 영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죽은자를 만나게 해준다는 영산의 미신.
리조트 개발이라는 투자가 헛소문으로 판명되고 투기꾼인 할머니는 샀던 것들 되팔고 섬을 떠나기로 했다. 그날 정해는 우영과 숨바꼭질을 하자고 제안하고 갯벌에 솟은 암석으로 갔다. 분명 물이 밀려올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었다.
자신을 꼭 찾아내던 우영이 이번엔 실종됐다. 산주의 병간호를 담당하고 영산을 물려 받았던 우영은 최씨네 며느리가 되어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이 사망하고 우울해 하다가 죽었다는 그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는 정해는 우영이 지냈던 미아도로 향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리뷰 #책기록
#북스타그램
#단편소설추천
#위픽시리즈
#꼭꼭숨은그비밀은?

- 도시란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그런 도시의 원리를 따라 정해도 변해갔다.

- 영산에 뿌려진다는건 누군가 나를 그리워해야 가능한 일이야. 누군가 나를, 죽은 나를 보고 싶어 해야 가능한 거라고. 그런데 난 아무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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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프랑켄슈타인 - 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메리 셸리 지음, 구자언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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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끔찍한 괴물! 이 악마 같은 놈아! 이 빌어먹을 악마 내가 널 만들어 냈다는 사실로 나를 비난했지? 이리 와라. 내가 그토록 아무 생각 없이 준 그 생명의 불꽃을 꺼 주마.”

제나바에서 태어나 자란 주인공은 좋은 부모에게서 살뜰한 돌봄을 받으며 성장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사랑하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지만, 곧 자연 철학에 심취한다.
그의 학업의 결과로 한 창조물을 완성했지만, ‘완성작’을 마주한 느낌은 공포와 혐오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창조물은 사라진다. 하지만 그를 고향으로 부른건 사랑스런 막내 ‘윌리엄’의 사망 소식이었다. 살해 용의자로 그들에게 가족과 같았던 저스틴이 지목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창조물의 짖이라는 것을 안다.
윌리엄과 저스틴까지 잃은 그의 가족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샤모니 계곡으로 소풍을 떠난다. 그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려 홀로 산행하던 주인공 앞에 창조물이 나타난다. 그에게 창조물은 지난 2년여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한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지 따스한 눈길 한번을 갈구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할 여자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둘이 함께 멀리 떠나서 절대로 나타나지 않겠노라고.
만약,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받았던 상처에 복수할 거라는 말을 남기고 약속을 받고 떠났다.
하지만, 이미 악행을 저지른 창조물을 또 하나 더 만들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그의 작업 여정을 지켜보던 창조물의 복수가 시작됐고, 그 복수로 인해 주인공도 그를 쫓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쫓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첫 시작인 왈튼을 만나게 된다.


최근 페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는 이 소설이 나는 최근 읽은 <잘자요 엄마>와 겹쳐 읽혔다.
이름조차 갖지 못했던 창조물? 생명체? 완성작?은 신체 기능은 성인보다 좋을 수 있지만, 정서 기능은 아기와 같다. 그는 인간보다 더위 추위에 좀 강하긴 하지만, 더위도 추위도 배고픔도 외로움도 괴로움도 다 느끼는 존재다. 그리고 언어도 글자도 서서히 익혀지며 성장하는 모습이 아이의 성장과 다를 바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모습이 자신을 만든 조물주가 자신을 보고 끔찍해 하는 모습이다. 본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과 똑같은 이 창조물은 자신을 끔찍한 존재로 여기는 인간들에의 행동과 반응에 계속 상처를 입는다.
자신을 만든 조물주가 아닌 다정해보이는 가정에게 아주 오래도록 우렁각시 노릇을 하다가 서서히 접근할 계획도 세워본다.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은 그를 받아들이지만, 눈으로 그를 본 이들은 그가 어떤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도망친다. 단지, 아주 조금의 다정함을 바랐을 뿐인데 그가 갖은 외모는 그의 내면을 내보일 틈을 보일 작은 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상처는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현 시대의 사이코패스와 정확히 겹쳐 보이는건 나의 착각일까?

- 완벽한 인간이란 늘 내면의 평정과 평화를 유지하며 열정이나 찰나의 욕망으로 자신의 평정을 잃지 않는다.

- 거짓이 진실과 똑같이 보일 때, 누가 자신의 행복을 확신할 수 있을까?

- 다른사람들에게는 공정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아 줘. 내게는 당신의 정의, 심지어 관대한 처분과 사랑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니까. 잊지 마,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야. 나는 당신의 아담이라고. 아니, 나는 하늘에서 추락한 천사인 셈이지.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당신은 나를 기쁨으로 쫓아내지. 어디서든 축복을 볼 수 있지만, 나만 소외되어 있어. 나는 자비롭고, 착하지만, 불행이 날 악마로 만들었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 나는 미덕을 행하는 존재가 되겠다.

- 인간은 악을 따르는 무리의 후예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고귀하고, 신처럼 보이기도 했지.

- 내가 열망하는 이런 것들에는 과연 정의가 없는 것인가? 인간들은 모두 내게 죄를 저지르는데 나만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정의는 언제나 문제구나. 정의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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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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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노벨상 받은 후에 첫 발간된 책이었다. 상 받고 이런 분들 책은 어려워서 기피하는데 어쩐지 이 책은 AF(Artificial Friend)라는 설정에 궁금해서 펼쳤다.
많은 질문들이 머리 속에 떠돌아 다녔고, 이 질문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딸에게 권했다. (당시 6학년)
원서로 읽은 딸도 꽤 흥미로워했고, 지금도 학교의 독서 수행이 생기면 이 책이 자주 소환된다.
중고등생 여러분 윤리, 사회, 과학 등 모든 과목에 잘 녹여서 쓸 수 있는 이 도서 한 번 읽어보지 않으실랍니까? ㅋ

중학생이 된 딸은 이 책을 다시 읽고 이전과 어떻게 느낌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줄거리

AF인 클라라는 조시라는 아이의 택함을 받는다. 우월함 (AGE의 혜택)을 선택하는 세상에서 조지는 그 시술을 받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아픈 조시에게 친구로 선택된 클라라. 조시가 건강을 찾게 해주고 싶은 클라라는 자신의 자양분인 태양이 조시를 구해줄 거라 생각한다. 클라라의 간절함으로 조시는 건강을 찾게 될 것인가?

남기고 싶은 문장

- 사람들도 다른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는 것, 또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 그런 일시적 모습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 전에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외로움을 피하려는 소망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229p

- 내가 카팔디를 미워하는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 카팔디 말이 맞을지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카팔디의 주장이 실은 옳다고. 내 딸만의 고유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재 기술로 파악해 복사하고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과학이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 조시의 메시지는 이런 거였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어떻게 되든 간에, 조시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어요. 엄마가 자기 엄마여서 정말 고맙고 단 한순간도 아니길 바란 적이 없었다고.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요. 향상을 택한 거셍 대해서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했던 적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걸 어머니가 아셨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했던 것하고 똑같이 할 거라고 했고 어머니는 자기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엄마라고 했어요. 그런 말이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조시가 알맞은 때가 되기 전에는 전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말씀드리기로 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으면 좋겠네요. 408p

- 저는 조시를 배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래야만 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잘되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릭, 가정부, 멜라니아, 아버지. 그 사람들이 가슴속에서 조시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는 다가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그걸 확실하게 알아요. 4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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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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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노벨상 받은 후에 첫 발간된 책이었다. 상 받고 이런 분들 책은 어려워서 기피하는데 어쩐지 이 책은 AF(Artificial Friend)라는 설정에 궁금해서 펼쳤다.
많은 질문들이 머리 속에 떠돌아 다녔고, 이 질문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딸에게 권했다. (당시 6학년)
원서로 읽은 딸도 꽤 흥미로워했고, 지금도 학교의 독서 수행이 생기면 이 책이 자주 소환된다.
중고등생 여러분 윤리, 사회, 과학 등 모든 과목에 잘 녹여서 쓸 수 있는 이 도서 한 번 읽어보지 않으실랍니까? ㅋ

중학생이 된 딸은 이 책을 다시 읽고 이전과 어떻게 느낌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줄거리

AF인 클라라는 조시라는 아이의 택함을 받는다. 우월함 (AGE의 혜택)을 선택하는 세상에서 조지는 그 시술을 받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아픈 조시에게 친구로 선택된 클라라. 조시가 건강을 찾게 해주고 싶은 클라라는 자신의 자양분인 태양이 조시를 구해줄 거라 생각한다. 클라라의 간절함으로 조시는 건강을 찾게 될 것인가?

남기고 싶은 문장

- 사람들도 다른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는 것, 또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 그런 일시적 모습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 전에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외로움을 피하려는 소망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229p

- 내가 카팔디를 미워하는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 카팔디 말이 맞을지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카팔디의 주장이 실은 옳다고. 내 딸만의 고유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재 기술로 파악해 복사하고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과학이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 조시의 메시지는 이런 거였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어떻게 되든 간에, 조시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어요. 엄마가 자기 엄마여서 정말 고맙고 단 한순간도 아니길 바란 적이 없었다고.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요. 향상을 택한 거셍 대해서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했던 적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걸 어머니가 아셨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했던 것하고 똑같이 할 거라고 했고 어머니는 자기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엄마라고 했어요. 그런 말이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조시가 알맞은 때가 되기 전에는 전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말씀드리기로 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으면 좋겠네요. 408p

- 저는 조시를 배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래야만 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잘되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릭, 가정부, 멜라니아, 아버지. 그 사람들이 가슴속에서 조시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는 다가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그걸 확실하게 알아요. 4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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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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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자들의목소리
#황모과
#래빗홀

<271p><별점 : 3>

1923년 9월 1일 관동지방에 지진이 발생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사회가 어수선했던 이 혼란의 원인이 조선인들 탓이라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학살의 대상이 됐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지진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 대해 일본에선 평이 갈렸다고 한다.

왜 이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마저 남 탓으로 돌리려 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 작품은 한국인 일본인이 과거로 돌아가 당시에 희생된 어떤 사람들의 죽음을 막는 프로젝트를 하는 SF 요소를 녹여 기록됐다. 워낙 SF와 연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게 꼭 필요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초등 도서인 <마시코의 질문> 중<꽃을 먹는 아이들>이란 작품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일본인인데 혀가 좀 짧았다. 엄마가 역대 천황폐하를 외우라고 그렇게 시켰건만 귀찮아서 외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재난 상황에서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역대 천황폐하의 이름을 몰랐고 ‘십엔 오십전’의 발음이 단지 어눌했을 뿐인 아이는 일본인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는 줄거리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관동대지진에대하여
#과거사외면과회피는그만
#소설추천
#SF에녹여진역사소설

- 증거를 가져오라는 사람일수록 진상을 알고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민호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검증된 증거가 있어야만 증명된다면 100년쯤 지나 생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지면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일도 없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 섞인 믿음과 닿아 있다. 모두의 기억이 퇴색되어 자신들의 죄악까지 희미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 파국의 연쇄를 끊어내는 건 성의의 연쇄뿐이다. 126p

-이유도 없이 동료들과 가족들까지 죽임을 당했다. 경찰과 군이 앞장서 살육을 저지르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다른 민족을 살해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 했더니 이게 바로 자신들이 조선인을 살육하는 이유라는 말이나 듣게 된다. 이유 없이 당하던 애초의 사정은 완벽히 지워진다. 당하다 참을 수 없어서 꿈틀댄 것이 학살의 근거가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다. 다른 인간들을 잔혹하게 죽여놓고 그땐 그럴 만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착각하고 정당화하게 된다. 조선인들의 마지막 발악이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거다. 225-6p

- 살육공동체, 저 평범한 일본인들이 악마가 아니라는 것이 달출은 더 무서웠다. 저들은 피에 꿂주린 살인귀도 아니었고 병적으로 미친 살마들도, 도덕과 양심도 없는 패악한 악귀도 아니었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도 아니었다. 지나가다 만났을, 어쩌면 친구나 동료였을, 어쩌면 가족이었을, 어쩌면 함께 싸웠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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