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자들의목소리#황모과#래빗홀<271p><별점 : 3> 1923년 9월 1일 관동지방에 지진이 발생했다. 자연재해로 인해 사회가 어수선했던 이 혼란의 원인이 조선인들 탓이라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학살의 대상이 됐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지진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 대해 일본에선 평이 갈렸다고 한다. 왜 이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마저 남 탓으로 돌리려 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 작품은 한국인 일본인이 과거로 돌아가 당시에 희생된 어떤 사람들의 죽음을 막는 프로젝트를 하는 SF 요소를 녹여 기록됐다. 워낙 SF와 연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게 꼭 필요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초등 도서인 <마시코의 질문> 중<꽃을 먹는 아이들>이란 작품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일본인인데 혀가 좀 짧았다. 엄마가 역대 천황폐하를 외우라고 그렇게 시켰건만 귀찮아서 외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재난 상황에서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역대 천황폐하의 이름을 몰랐고 ‘십엔 오십전’의 발음이 단지 어눌했을 뿐인 아이는 일본인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는 줄거리#제로책방 #책리뷰#책기록 #책추천#한국문학추천#관동대지진에대하여#과거사외면과회피는그만#소설추천#SF에녹여진역사소설- 증거를 가져오라는 사람일수록 진상을 알고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민호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검증된 증거가 있어야만 증명된다면 100년쯤 지나 생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지면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일도 없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 섞인 믿음과 닿아 있다. 모두의 기억이 퇴색되어 자신들의 죄악까지 희미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파국의 연쇄를 끊어내는 건 성의의 연쇄뿐이다. 126p-이유도 없이 동료들과 가족들까지 죽임을 당했다. 경찰과 군이 앞장서 살육을 저지르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다른 민족을 살해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 했더니 이게 바로 자신들이 조선인을 살육하는 이유라는 말이나 듣게 된다. 이유 없이 당하던 애초의 사정은 완벽히 지워진다. 당하다 참을 수 없어서 꿈틀댄 것이 학살의 근거가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다. 다른 인간들을 잔혹하게 죽여놓고 그땐 그럴 만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착각하고 정당화하게 된다. 조선인들의 마지막 발악이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거다. 225-6p- 살육공동체, 저 평범한 일본인들이 악마가 아니라는 것이 달출은 더 무서웠다. 저들은 피에 꿂주린 살인귀도 아니었고 병적으로 미친 살마들도, 도덕과 양심도 없는 패악한 악귀도 아니었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도 아니었다. 지나가다 만났을, 어쩌면 친구나 동료였을, 어쩌면 가족이었을, 어쩌면 함께 싸웠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2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