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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에 버리러 ㅣ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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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p><별점 : 3.9>
3편의 단편과 1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 트리플 시리즈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마지막 안서현 문학평론가의 글에 잘 쓰여있다.
이 책에 수록된 것은 엄마의 돌연한 변신을 다룬 ‘변신담’ 세 편이다. 이 이야기들은 엄마를 부양하는 ‘엄마의 엄마’로 변신하는 딸의 변심담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출가를 결심하기도 하고, 혼자 거침없이 자녀를 양육해온 스스로를 늑대 인간으로 상상하기도 하며, 딸과 사위에게 얹혀살면서 자신이 벌레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은 어느새 뒤집힌 엄마와 딸의 부양 관계와 그에 대한 엄마의 자각에서 비롯된다. 딸도 그러한 엄연한 현실을 모른척하기느 ㄴ어렵다. 엄마가 병에 걸리면 엄마까지 부양해야 할 일을 걱정하고, 엄마의 현실 로맨스보다는 엄마가 로맨스 소설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에 더 관심을 가지며, 엄마가 정신장애인 인정을 받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함께 상의한다. 물론 거기엔느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엄마를 떳떳한 경제적 주체로 세우는 것만이 정당한 모녀 간의 사랑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갑작스런 임신으로 결혼 생활이 진행된 엄마는 아이에게 현실을 가르친다. 그 아이는 10대부터 콘돔과 임테기를 판매하며 돈을 악착같이 벌지만, 결국 아버지의 병원비로 빚더미에 앉는다. 엄마는 간병으로 딸은 경제활동을 하지만, 점점 생활은 궁핍해진다. 거기에 자신도 짐이 되기 싫어하는 엄마는 절에 들어간다고 선언한다.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혼자서 딸을 키워낸 엄마는 짧은 가방끈이 컴플렉스라 늘 공부하며 산다. 간병인 일을 하다가 실업자 신세가 된 엄마는 코로나로 실업 기간이 늘어난 상태다. 딸은 낮엔 직장인으로 밤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삶을 산다.
뭐든 열심히 배우는 엄마가 어느날 딸에게 자신의 소설을 보여준다.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하는 여자의 이야기. 장르가 로맨스라는데..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딸과 사위의 집 방 한칸을 차지하고 사는 김월희. 사위가 코로나 밀착 접촉자가 됐다. 사위를 내보낼 수가 없었기에 딸과 숙박업소로 잠시 거처를 옮긴다.
얘들아, 나 절에 들어갈 거야.
다 늙어서 절에 가면 누가 좋다고 하겠냐. 거기가 무슨 노숙자 쉼터인 줄 알아?
얘 말이 맞아. 절도 돈 있는 사람을 반겨.
엄마는 이모들을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종교는 어떤 종교든지 간에 늙고 가난하고 지친 살마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법이라고 화를 냈다. 이모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엄마는 이모들에게 육개장이나 마저 먹으라고 하더니 절에 들어가면 육개장도 못 먹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처연하게 웃었다. 18-19p
엄마, 이런 상황에서 아픈 남편 버리고 도망가라고 말해줄 사람 없어. 나한테도 부모 버리고 도망가라고 말해줄 사람 없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잖아. 안됐다. 그렇지만 별수 없다. 힘내라.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다. 나는 그런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도 다 끊어냈어. 엄마, 우리는 가진 게 너무 없잖아. <중략> 엄마는 종일 아버지한테 붙잡혀서 어미 귀신 같은 몰골로 살고, 나도 종일 일하느라 새끼 귀신 같은 몰골로 살았잖아. 우리가 귀신이었잖아. 그치? 근데 엄마, 이게 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래. 내가 이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거래. 27p
엄마가 좋아하는 알밤, 그걸 떠올려봐. 벌레 먹은 밤을 집어 들면 에잇 속았다., 그런 표정으로 웃잖아. 인생도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자꾸 벌레 먹은 밤만 집어 들어서 속상해도 웃어넘기고 마는 것처럼,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단단해지려고 하지 마. 남들하고 비교하느라 엄마가 그렇게 속이 아픈 거야. 엄마는 엄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돼. 그것이 지극히 초라한 길이어도. 1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