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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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나이차를 갖은 엄마와 사는 지오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도를 한다.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엄마가 갑자기 유도의 고장으로 전학을 가란다. 그리고 아빠랑 살란다. 존재도 몰랐던 아빠와 갑자기!

유도의 고장 정주란 고장에 내려와 만난 아빠의 부탁은 아내가 임신중이니 당분간 딸이라는 존재를 이야기 하지 말아달란다.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 아빠,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유도부 코치는 매일 술을 마시러 나가느라 제대로 지도도 하지 않고, 유도인지 싸움인지 모르는 상준 선배라는 사람과 상준 선배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운동만 하는 새별 선배 등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가득이다.
거기에 남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유찬은 자신이 독심술을 한다는데…. 내 마음은 못 읽는다나? 사기를 쳐도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사기를 치는건지….

엄마는 암이고, 아빠는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내 상황도 천불이 나는데 동생 둘을 9살부터 돌보며 미친듯 유도만 하는 새별 선배도, 5년전 화재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유찬이도 다들 삶이 고단하다. 상처가 곪아 언젠가 터질 것만 같은 이 아이들 이 지독한 여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 어렵고 힘든 것들이 늘 그러하듯 답이 없는 문제는 언제나 가슴을 세게 짓눌렀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른 채 원망만 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128p

- “하나를 지키려면 하나를 잃기도 한대. 엄마가 나를 지키려고 아빠를 잃었던 것처럼. 근데 아빠는 엄마를 잃었는데 유도를 지키지 못한대. 지킨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두 개나 잃은 거지. 억울했을 것 같은데 코치님이 그러는 거야.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한는 순간이 있다고.” 139p

“찬이는 지한테 소중한 뭔가가 생기면 또 잃어버릴까 봐 무서운 기다. 근데 나는, 잃어버리든 빼앗기든 소중한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잃어버리면 슬프겠지만 소중한 건 또 생기기 마련이다이가. 소중한 게 평생 딱 하나뿐이겠나.“ 148p

-”누구를 지키는 데 자격 같은 게 어딨노.“
161p

이 이야기는 작가님이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아픈 사람들이 나오지만 함께이기에 그 아픔이 극복될 거라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리뷰를 쓰며 알았다. 사투리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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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에 버리러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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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절에버리러
#이서수
#트리플_17
#자음과모음

<162p><별점 : 3.9>

3편의 단편과 1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 트리플 시리즈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마지막 안서현 문학평론가의 글에 잘 쓰여있다.

이 책에 수록된 것은 엄마의 돌연한 변신을 다룬 ‘변신담’ 세 편이다. 이 이야기들은 엄마를 부양하는 ‘엄마의 엄마’로 변신하는 딸의 변심담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출가를 결심하기도 하고, 혼자 거침없이 자녀를 양육해온 스스로를 늑대 인간으로 상상하기도 하며, 딸과 사위에게 얹혀살면서 자신이 벌레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은 어느새 뒤집힌 엄마와 딸의 부양 관계와 그에 대한 엄마의 자각에서 비롯된다. 딸도 그러한 엄연한 현실을 모른척하기느 ㄴ어렵다. 엄마가 병에 걸리면 엄마까지 부양해야 할 일을 걱정하고, 엄마의 현실 로맨스보다는 엄마가 로맨스 소설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에 더 관심을 가지며, 엄마가 정신장애인 인정을 받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함께 상의한다. 물론 거기엔느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엄마를 떳떳한 경제적 주체로 세우는 것만이 정당한 모녀 간의 사랑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절에 버리러>
갑작스런 임신으로 결혼 생활이 진행된 엄마는 아이에게 현실을 가르친다. 그 아이는 10대부터 콘돔과 임테기를 판매하며 돈을 악착같이 벌지만, 결국 아버지의 병원비로 빚더미에 앉는다. 엄마는 간병으로 딸은 경제활동을 하지만, 점점 생활은 궁핍해진다. 거기에 자신도 짐이 되기 싫어하는 엄마는 절에 들어간다고 선언한다.

<암 늑대 김수련의 사랑>
혼자서 딸을 키워낸 엄마는 짧은 가방끈이 컴플렉스라 늘 공부하며 산다. 간병인 일을 하다가 실업자 신세가 된 엄마는 코로나로 실업 기간이 늘어난 상태다. 딸은 낮엔 직장인으로 밤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삶을 산다.
뭐든 열심히 배우는 엄마가 어느날 딸에게 자신의 소설을 보여준다.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하는 여자의 이야기. 장르가 로맨스라는데..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딸과 사위의 집 방 한칸을 차지하고 사는 김월희. 사위가 코로나 밀착 접촉자가 됐다. 사위를 내보낼 수가 없었기에 딸과 숙박업소로 잠시 거처를 옮긴다.

얘들아, 나 절에 들어갈 거야.
다 늙어서 절에 가면 누가 좋다고 하겠냐. 거기가 무슨 노숙자 쉼터인 줄 알아?
얘 말이 맞아. 절도 돈 있는 사람을 반겨.
엄마는 이모들을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종교는 어떤 종교든지 간에 늙고 가난하고 지친 살마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법이라고 화를 냈다. 이모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엄마는 이모들에게 육개장이나 마저 먹으라고 하더니 절에 들어가면 육개장도 못 먹겠네, 라고 중얼거리며 처연하게 웃었다. 18-19p

엄마, 이런 상황에서 아픈 남편 버리고 도망가라고 말해줄 사람 없어. 나한테도 부모 버리고 도망가라고 말해줄 사람 없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잖아. 안됐다. 그렇지만 별수 없다. 힘내라.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다. 나는 그런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도 다 끊어냈어. 엄마, 우리는 가진 게 너무 없잖아. <중략> 엄마는 종일 아버지한테 붙잡혀서 어미 귀신 같은 몰골로 살고, 나도 종일 일하느라 새끼 귀신 같은 몰골로 살았잖아. 우리가 귀신이었잖아. 그치? 근데 엄마, 이게 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래. 내가 이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거래. 27p

엄마가 좋아하는 알밤, 그걸 떠올려봐. 벌레 먹은 밤을 집어 들면 에잇 속았다., 그런 표정으로 웃잖아. 인생도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자꾸 벌레 먹은 밤만 집어 들어서 속상해도 웃어넘기고 마는 것처럼, 그냥 그런 마음으로 살면 돼. 단단해지려고 하지 마. 남들하고 비교하느라 엄마가 그렇게 속이 아픈 거야. 엄마는 엄마의 길을 묵묵히 가면 돼. 그것이 지극히 초라한 길이어도. 1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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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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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0일 출간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6월 23일 출간

제목이 이렇게 중요하다. 과학의 위로라는 책이 알라딘에 떴을 때 장바구니에 담긴 했었다. 하지만 어쩐지 나에게 진입 장벽이 높아 보여 미루고 미루다가 도서관에서 만나서 들고 왔다.

저자는 오랜 기간 인문학 작가로 활동했고 마흔 무렵 스스로 과학 공부를 하며 느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담아낸 책을 출간한 것이다.
유시민 작가님이 50부터 공부하셨으니 작가님이 먼저 시작하셨다고 우기세요. ㅋ (작가님 나이를 모르니 누가 더 오래하셨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이강룡 작가님도 교양 지식 저서가 많이 출간됐고, 현재 중등 과정의 세계사와 국어 교과서, 지도서에 약 20종이나 그의 글이 실려 있다고 한다.

두 책 모두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다. 난이도와 재미의 측면에서 보면 <과학의 위로>가 먼저라고 꼽겠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과학적 이야기에서 철학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서 퍼져나가며 또 다른 지식을 탑재해서 계속 긴장이 이어진다면, <과학의 위로>는 쉬어가는 코너와 함께 기록된 느낌이다.

나에게 작가님의 유머는 김영민 교수님이나 문유석 작가님의 유머랑 비슷하게 느껴졌달까

진짜 수과학 포기자가 과학과 수학을 접근하기에 좋은 책이다. 요거 읽고 유시민 작가님 책을 읽으면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겹치는 부분과 다른 부분들도 있으므로.. 이 책은 수학에 대해서도 설명한 부분이 있다. 진짜 오랫만에 만난 사인 코사인, 로그까지 그래 그거였어! 그걸 왜 배운거니? 했던 질문이 사라졌다. 그게 필요한 거였어. 이걸 알았다면 짜증내지 말고 잘 배울껄! 싶다만 시골 촌구석에서 학교 다닌 나에게 그러 가능성은 없었다. (자습서 내용 틀린걸 똑똑이 학생이 선생님께 알려주는 지경의 환경이었으니 쩝…쩝….)

수과학의 지식이 저처럼 바닦이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유머와 함께 아주 즐겁게 수과학의 기초 지식을 탑재하실 수 있습니다.

순도의 표기를 설명해 주는 문구에서 폴리실리콘의 순도 11N이 반도체용이라고 하길래 9 갯수 세어본 사람. 저요! ㅋ

-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상 받은게 아니더라구요? (저만 몰랐나요?) ‘광전효과’로 받음.

-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닐 수도 있다는걸… 나는 이제서야 알았;;;

페르마가 평소 즐겨보던 고대 수학자 디오판토스의 나이 설명 :
“그의 일생의 1/6을 소년으로 보냈고, 1/12을 청년으로 보냈다. 다시 일생의 1/7이 지나서 결혼했고, 결혼한 지 5년 후 아들을 얻었다. 아, 그러나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아들은 아버지 인생의 반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4년 뒤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몇 살에 죽었다고?

- 별들의 전령이라는 뜻의 도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ㅋ

-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세른)의 물리학자들은 공용어가 ‘브로큰 잉글리시’란다. 문법 무시하고 대충 쓰는 영어? 이거 좋습니다!!

- 로웰천문대 설립자인 퍼시벌 로웰과 <서유견문>을 지은 조선 개화기 선비 유길준과 친구 사이였다고 함. 그의 도움으로 유길준이 미국 유학을 했다고.

이 책의 유머 스타일
대동여지도 제작자인 김정호를 묘사하는 일화 중에, 그가 전국을 세 번 돌고 백두산을 여덟 번 오르면서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신빙성이 별로 없다. 설사 실제라고 해도 대동여지도처럼 커다란 규모의 지도를 제작하는 건 기하학적 계산이 요구되는 일이라, 실제 답사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싸돌아다닐 시간이 있으면 기존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는 게 훨씬 낫다.

이 리뷰는 책에서 재미난 부분을 기록한 것이고 책은 다양한 과학과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밝힌다.

+ 빌려 읽고 너무 재미나고 유익해 아이들과 함께 읽으려 책을 주문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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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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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클라라와 태양>만 읽었기에 그 가독성을 생각하고 접했던 나는 다소 놀랐다. 약간의 인내심이 더 필요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가 궁금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영국의 한 기숙사 학교의 이야기다.( 기숙사 학교에 입학하기엔 조금 이른 나이라 생각하고 따라갔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이른 나이에 기숙사 학교 생활을 했다. 소공녀를 생각하면…) ‘혜일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있는 학교에서 책의 주인공인 캐시와 성격 강한 조시, 왕따 당하고 지내지만 자신의 생각이 있는 토미 등이 어떻게 친해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성장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1부를 읽다보면 단순한 기숙사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 발견된다.
2부는 혜일섬을 떠나 코티지에 도착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미 이 생활에 적응한 상급생들과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장기 이식을 위한 ‘클론’이라는 사실을 안다. 조시는 자신의 근원자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고, 기증 집행 연기 신청에 대한 소문도 들었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커플에겐 장기 집행 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 그걸 과연 누가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3부에선 셋 중 가장 먼저 코티지를 떠나 간병인의 삶을 사는 캐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캐시는 누구보다 오래 간병인의 삶을 산다. 진정한 사랑으로 정기 기증 연기 신청에 통과한 사람이 없어서일까? 우수한 간병인의 경력으로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캐시는 조시의 간병을 그리고 토미의 간병을 맡게 된다. 그리고 혜일섬의 실체와 진정한 사랑의 심사에 대해 알게 되는데…



[Never let me go]라는 노래의 가사 ‘네버 렛 미 고, 오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클론인 캐시는 그 노래를 들으며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인이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와 헤어지게 되는 것이 두려워 부르는 노래라 생각하며 울고

인간인 마담은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석한다. 자기를 보내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으로… 철저히 인간이 기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해석.

누가 더 인간적인가? 마담도 이야기한다. 거칠고 잔인한 세상이라고..

시험관에서 태어나 장기 기증만을 위해 장기를 성숙시키는 환경(최근 동물 복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똑같다 ㅠ)에서 크지 않았기에 ’행복‘이란 단어를 내뱉는 인간들. 너희들의 복지를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곳은 결국 다 사라졌다.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결국 밀렸겠지.

살아있는한 계속 되는 장기기증. 결국 죽음만이 그 과정에서 해방시켜 주는 클론의 삶을 통해 작가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회몰아치는 포인트가 없으면서 이렇게 묵직함을 던져주다니 작가님 대단쓰.

그러니까 우리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리가 다른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저 바깥세상에는 마담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은 우리를 미워하지도 않고 해를 끼치려 하지도 않지만 우리 같은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고 우리의 손이 자기들의 손에 스칠까 봐 겁에 질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 자신을 그런 이들의 관점에서 일별하는 순간의 느낌은 정말이지 등줄기에 찬물을 끼얹어지는 것 같았다. - P71

- 장기 교체로 암을 치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그 치료를 포기하고 희망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니? 후퇴라는 건 있을 수 없었지. 사람들은 너희 존재를 거북하게 여겼지만, 그들의 더 큰 관심은 자기 자녀나 배우자, 부모 또는 친구를 암이나 심장병이나 운동신경질환에서 구하는 거였단다. 그래서 너희는 아주 오랫동안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되도록 너희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지.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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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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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사고때문인가? 언제부터인가 죽음이 보이는 남자. 단, 알고 있는 인물들의 죽음만 보인다. 티비나 사진 등으로 봤던 인물 등 얼굴을 익힌 인물들 중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죽임이 보인다. 하필 밥 먹는 도중에 🤷‍♀️

처음부터 먹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봤고 그 죽음을 막으려 했지만 막지 못했다.
막지 못하는 죽음을 봐야하는건 끔찍한 일이었다. 혹시나 죽음을 또 보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먹는 것을 피하게 됐다. 그렇게 그는 종종 응급실에 실려간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쓰러져 의식을 잃으면 수액을 맞고 정신이 차려지면 수액을 뽑고 집에 돌아가는 일이 그에게도 소도시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런 그를 막아서는 간호사가 나타났다. 그리고 죽음을 피하는 사람을 만났다. 바로 그가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의 사장. 사장이 어떻게 죽음을 피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사장을 쫓다 자신처럼 죽음을 보는 또 한 명을 만나게 된다.
그와 사장은 죽음을 두고 거래를 한다. 그 덕분에 죽음의 또다른 법칙을 알아낸다.

누군가 대신 죽는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

엄청난 부를 갖은 자의 죽음 앞에서 그 죽음을 막는데 일조하는 중개인. 그들에 비해 전투력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 주인공에게 의뢰인과 비슷한 파워를 갖은 누군가가 협력을 제안하는데…

- 최중묵이 없으면 저 회사는 어떻게 될까? 최중묵은 회사의 핵심 인물이야. 워낙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그를 보고 투자한 기업도 많지. 하지만 최중묵이 죽으면 더이상 그럴 가치가 없어져. 수백 수천 명의 직원과 가족들이 거리로 나앉아야만 해. 딸을 룸살롱에 보내고 길거리를 떠도는 저 남자 같은 가족이 쏟아져 나온다는 소리야. 그래도 저 남자는 살아야 하고, 최중묵은 죽어야 하나? 115p

-주제넘은 참견은 오만이다. 고작 부속품인 주제에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이곳에 속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사자로 단 오 초도 살아보지 않고서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조언을 가장한 폭력을 그동안 지겨우리만치 받아왔다.

- 누구든 정해진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의무라는 그녀의 한마디가 모든 상황에서 그를 구원해준 것은 아니지만,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해주었다. 갈팡질팡했던 것은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쩌면’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150p

- 운명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반드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오는 운명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지는 오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3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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