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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평점 :
책 표지 디자인으로 사람을 홀리는 복복서가의 새 책이다. 1896년 태생의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자가인 저자의 책은 2021년 재출간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소설은 시작과 끝이 같다. 1947년 여름, 콘월 북부 팬디잭만에서 ㅓㄹ벽이 붕괴하는 바람에 그 아래 위치했던 팬디잭 호텔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어 장례를 준비하는 신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신부는 그 붕괴 사고로 그 호텔에 머물던 많은 이들 중 살아남은 이들이 찾아와 두서없는 이야기를 쏟아내 어떤 말을 믿어야할지 당황한다.
그리고 이내 사고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다. 토,일,월,화,수,목,금으로 나뉘어 이 호텔이 모이는 사람들과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의 이야기다.
위의 사고 시기에서 알 수 있듯 1947년 유럽은 1,2차 세계 대전을 겪은 후다. 그 시기에 영국에 머물렀던 사람과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타국으로 떠났던 사람. 계급의 붕괴와 나라에 세금을 내야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 등 다양한 다양한 인간들이 모인다.
책은 종교에서 말하는 7가지 죄(교만, 시기, 나태, 분노, 정욕, 탐색, 탐욕)에 대해 은유적인 표현을 하고,( 그를 녹인 인간들이 등장하고// 다만, 한 인간에게서 한 가지 죄만 적용할 수 있을까?는 독자의 몫이겠다.) 문학과 시대 배경의 제대로 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책을 제대로 읽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등장 인물들은 총 24명으로
전쟁 이후 저택을 호텔로 개조하여 운영 중인 시달 부부와 세 아들.(호텔을 운영하느라 정신없는 미세스 시달과 모든 것에 비관적인 태세를 취하며 골방에서 생활하는 시달씨, 맘에 가지 않는 한 아이(제리)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집안 // 우리나라도 전쟁 후 큰 딸이 집안의 밑천으로 삼은 것과 유사)
기퍼드씨와 소화불량 환자인 기퍼드씨 아내와 네 아이(친자 한명과 입양아들로 구성)
딸을 잃고 무의미한 삶을 사는 페일리 부부
분노 조절장애 환자라고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랙스턴 참사위원과 그의 딸 이밴젤린
코브가의 아이들 셋과 그의 엄마
호텔에서 일하는 착실한 낸시밸과 프레드, 뒷말 생성가 엘리스
작가로 활동중인 애나와 그의 곁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애나의 도움으로 살아가려는 브르스
휴가를 보내려 모인 신부 2
팬디잭 호텔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코브가 아이들과 히비가 물에 빠지는 사건, 이 일로 무료한 삶에 변화가 생긴 페일리 부인의 변화, 가난한 노부인이 갖은 귀중품의 매매 사건과 장식품 도난사건, 두 청춘들의 로맨스, 불쌍한 코브가 아이들을 위한 파티 등의 사건들이 미묘한 날카로움과
분명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고, 그 메시지를 본 사람이 있었다. 절벽의 균열을 보며 걱정한 사람이 있었던 이 재난. 막을 수 있었던 재앙 앞에서 무력한 사람들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른게 없다는 점이 가장 씁쓸하다.
“문제 많은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건 결백하고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고통은 끔찍하지만. 138p
- 블란치는 아무 말 하지 않았으나 마음속 깊이 혐오감을 느꼈다. 블란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한 번도 어머니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그들의 사랑을 원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머니를 비난하지도 않았고 반항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불길한 기후처럼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 그들을 지배했고, 그들은 이성보다 본능에 따라 어머니의 통치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어머니는 오로지 그들의 외면과 물질적인 실재만을 지배했고 그들의 정신은 흔들지 못했다. 그들과 꿈을 나눠본 적도 어떤 생각을 전해주려 한 적도 없었다. 극도로 무미건조한 어머니의 성격이 아이들에게는 구원이었다. 어머니의 입에서는 단 한 번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책의 여러 등장인물이 어머니보다 훨씬 더 생생한 실재였다. 그들은 어머니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2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