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찰 안 부를 테니까 주먹 좀 풀지?”
“아저씨가 뭔데 이래요.”
“몇살?”
“왜요?무슨 상관이냐고요.”
“대답 안 하면 신고하고.”
“열일곱살이요.”

“학교 안 다니지?”
“가끔은 가는데요?”
“잠은? 어디서 자는데?”
“여기저기서요. 이런 거 왜 물으시는데요.”
“여기저기 어디.”

“공원 화장실에서도 자고, 건물 층계참에서도 자고, 돈 있을 땐 PC방 가거나 … 24시 카페도 가고 … 무인텔도 가고…”

인수는 자해공갈을 하는 이호를 발견한다.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끊을 수 없는 짓들을 하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신기했다. 그 일 이후 온 몸의 한기가 생겨, 추위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인수가 이호를 방에 들여 함께 잔 날은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다. 환청과 환각 추위와 함께인 삶. 작지만 옥탑방과 직업을 갖고 살고 있는 인수도 한 때는 거리의 아이였다.

강압적이며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몹시 엄격한 아버지는 인수에게 분노의 지점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변칙적이였다. 아버지는 갖은 이유로 인수에게 실망했고, 그 실망은 어머니에게도 적용됐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폭력에서 어머니를 구하던 날, 이호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 버림 받았음을 알았다. 미세한 각도로 틀어진 삶이 가속도를 탔다.

집을 나온 아이가 거처를 마련하기 가장 쉬운 곳은 PC방 그 곳에서 성연을 만났고, 성연을 통해 찾아간 급식소에서 경우를 만났다.
부도덕함을 자연스럽게 행하는 성연과 어느 상황에서도 세상이 말하는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살려는 경우. 하지만 두 아이 모두 거리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화장실, 계단, 빈 건물, 무료 급식소를 떠돌며 공동생활을 하다가 주영이라는 아이가 제공하는 ’우리집‘으로 정착하게 된다.
주영은 자신의 집을 타인들에게 내어 주고, 자신은 지하철 등 외부에서 떠돌다 종종 집에 들를 뿐이다. 아무도 나의 집이란 개념이 없이 잠시 휴식처로 생각하는 공간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경우가 살게된 후 그곳도 청결해지고 규칙이 생긴다.
성연의 소개로 몇 번의 일을 소개받지만, 늘 그들의 노동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어디에서나 인정 받는 경우는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모은다. ’엄마와 함께‘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꿈이 있어 노력하는 경우와 잠시 꿈에 부풀었다 사그라 드는 아이들의 하루하루. 아직 10대에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삶이란 혹독하기만 하다. 그런 그 공간에 도둑질이 아닌 자신의 고통으로 돈을 버는 A가 심각한 상태로 나타난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장편소설추천
#가독성좋은소설추천
#10대부터어른까지함께읽는책
#경우가없는건어른들인가아이들인가

몸이 없는 존재들의 아우성을 오롯이 느끼며 나는 삶이 지겹다고 생각했다. 죽은 후에도 아픔이 이어진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된 삶은 줄곧 아득하고 막막했으니까. 남들이 모르는 것을 감지한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어도 지혜나 연륜 같은 건 터득하지 못하고 외로움과 아득함만 깨닫고 있었다. 249p

그때는 엄마가 어려서 어쩔 수가 없다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꼭 그런 얼굴을 보여야만 했을까?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가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의 인생을 위함인 것을 아이가 과연 모를까?

경우 없는 어른들 사이에서 지치고 다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동이 틀 무렵 창가에 어른거리는 고양이 그림자를 눈으로 쫓으며 우리는 망했다고 홀로 중얼거렸다. - P198

몸이 없는 존재들의 아우성을 오롯이 느끼며 나는 삶이 지겹다고 생각했다. 죽은 후에도 아픔이 이어진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된 삶은 줄곧 아득하고 막막했으니까. 남들이 모르는 것을 감지한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어도 지혜나 연륜 같은 건 터득하지 못하고 외로움과 아득함만 깨닫고 있었다. - P2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