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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장성주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7월
평점 :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저렇게 싸우면서 둘이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어!
자녀들이 보기에, 친구들이 보기에,
그들은 늘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독히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같이 사는 걸까?
그런 모습을 안 보이면 좋겠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도 높기에
내가 시시콜콜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속상함과 화를 다스리면 좋겠지만, 집에서는 한없이 풀어져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밖에서 긴장하고 있었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며 발생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고 안 맞는 부분이 좀 있다고 헤어지면
같이 사는 게 가능한가? 🤷
미국 이민자 2세대의 이야기.
중국계 아버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영어에 금방 능숙했던 어머니와 죽을 때까지 영어에 친숙하지 못하고 말 수가 적었던 아버지.
독일인. 백인.임에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이 있었던 어머니는
왜 중국계 아버지와 결혼을 한 것일까?
사사건건 아버지의 모든 면을 부정했으면서 평생 성실하게 쉬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열심히 일해서 벌어온 돈으로 산 어머니.
영어에 능숙하지 않았고, 특기가 있지 않았지만 은퇴 후에도 열심히 일했던 아버지.
영어에 능숙했고, 솜씨가 좋아 뭐든 잘 만들었던 어머니도 얼마든지 직장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거의 말이 없었기에 아버지에 대한 기록은 적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관찰자의 입장으로 기록한 것이 전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손을 쓸 수가 없었던 상황.
이 고통을 어떻게 참고 살았냐는 의사의 말로 그가 참아냈던 고통을 상상할 뿐..
(관식이 생각나네..)
그에 비해 어머니는 자신의 상황을 말로 풀어냈다.
거르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독일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자신의 고국은 독일이라고 끝까지 말했던 어머니는
독일에 방문한 적이 있었고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결국 돌아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기 싫어 선택한 것은 발레였다.
발레는 고통이 따르고 그 고통이 없으면 이상했다.
발레에 재능이 없었음에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만난 러시아인과 연인이 된다.
유부남이고 가정을 돌보지 않고,
중독자이며 유대인 아내때문에 러시아를 떠나온 사실에 분노가 있었던 사람.
그녀는 그가 나쁜 사람인지 알면서 왜 연인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태어난 나라.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아닌 공간에서 사는 삶이란?
나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난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고, 가정도 늘 분란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매일매일의 삶이란?
불안정한 가정에서 불안정한 가정이 대물림되어가는 슬픔.
벗어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24p
아버지는 ‘말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43p
화초에 꽃을 피우고 부러진 날개를 아물게 하는 그 두 손이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를 일삼고 고통을 끼쳤다. 이런저런 것들을 찢어발기고 산산조각 냈다. 꼬집고, 때리고, 밀쳤다. 114p
나는 예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기적 같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세상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세상에서 지워지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168p
사기꾼. 쓰레기 무단 투기범. 새끼 고양이를 익사시키는 인간.
나는 바딤을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사정을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더 많이 이해할수록 그의 죄가 더 가벼워지리라 상상하면서. 그 유서 깊은 착각. 260p
어떤 일들은 죽어야 비로소 용서받을 수 있다. 293p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탄생한 소설.
그래서 섬세함이 더해졌는지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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