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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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새의 선물>로 무려 100쇄를 찍은 작가. 문학계의 대표 연금이 아닐까? <모순>포함.
노련함이 제대로 깃든 작품이었다. 평생 작가로 살면 글이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저자의 타고난 감각일까?

저자의 나이에 맞게 65세 여성 노인 두 명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런 소개를 들었을 때 둘이 가족이란 생각을 한 사람 몇이나 될까? 한 해에 자녀를 둘 낳는 일. 가능하다. (지인 중에 있음)

모두가 아들을 바라던 시절. 아직 사전 성별 판별이 불가능하던 시절. 머리가 커서 난산으로 이어진다면 누구나 아들을 기대했을 텐데.. 머리 빼는 데도 힘들어 어깨 빼는 데도 힘든 고된 출산으로 태어난 기골이 장대한 딸은 처음부터 사랑받기 힘든 조건이었는지 모른다.

첫 애를 출산하면 듣는 얘기는?

둘째는?

저 당시 첫 딸을 낳은 며느리는 둘째 아들에 대한 압박이 엄청났을 듯.
기대에 부응하여 곧 임신을 했으나 둘째도 딸.
그런데 이번엔 야리야리 예~쁜 딸이었으니…
입히고 꾸미는 맛이 있는 딸은 사랑을 받을만한 조건이었을까?

사랑이 둘째로 향한다고 생각했던 내내 유일하게 첫째가 선택받는 일이 생긴다. 사업의 부도로 야반도주를 하면서 둘째 경선은 친가에 맡겨지고 첫째 안나가 부모와 함께하게 된다. 아~ 부모가 나도 사랑하는 거였구나. 안나의 착각이었음을 곧 알게 된다. 도망치듯 떠나와 정착한 곳에선 평온이란 없었다. 전과 다른 부모의 관계 속에서 안나는 버티듯 살아간다. 부모의 선택은 조금이라도 평온함 속에 경선을 남겨두고 자신을 택했음을 깨닫는다.

엄마 아빠가 함께 돈을 벌며 단칸방에서 벗어나자마자 경선과 함께 4가족이 다시 뭉쳤다. 경선은 자기 의견을 강하게 펼치는 애였지만, 그 떨어진 시간에 대한 분노를 품은 아이 같았다. 부모와 함께한 안나가 선택받은 아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양육환경 덕분인 건지 타고난 외모 때문인지 안나는 평생 혼자 사는 삶을 택했고, 경선은 누구도 말리는 결혼을 일찍 했고, 다은을 낳았다. 지금은 혼자가 됐고 작은 오피스텔에서 번역 등의 일과 다은의 아들 다니엘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안나와 경선은 자매지만 평생 가깝게 지내본 적이 없다. 특히 성인이 되고는 거의 만나지 않고 지냈다. 안나는 교사로 퇴직하고 거의 관계를 끊고 혼자만의 삶을 즐긴다. 그런 안나의 삶에 외출이 잦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경선의 병원에 동행하는 것. 주말부부로 혼자 아이를 케어하며 지내는 다은에게 경선의 수술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안나는 경선의 돌봄과 다니엘의 돌봄에 뛰어들게 된다. 멀찍이 떨어져 안온해 보이던 삶의 실체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어쩌다 자주 만나게 된 이 자매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 경험이 거의 없고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선과 아직 어린 호기심 만렙의 다니엘. 이 둘과 혼자 지내는 생활에 익숙한 안나. 이 여행 괜찮을까?

좋은 소식 앞에서 철없이 굴다가도 나쁜 소식이 닥쳐오면 자존심 강하고 독립적인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마치 불행으로 단련된 듯한 경선의 그런 구석이 잠시 안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108-9p

한 사람의 몸 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373p

부모의 차별은 자녀 사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지!
다은 남편놈! 너 나한테 걸리기만 해 봐라!

내 경험과 닿는 지점이 많아 감정이 요동쳤다. 리뷰는 건조하게 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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