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부부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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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으로 시작된 힐링 소설 열풍이 있었다. 나는 몇 작품을 따라 읽다가 이내 비슷한 이야기들에 힐링이 아니라 지루함을 느꼈고, 어떤 작품에선 개인이 평온한 삶에 이르기 위한 설정으로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해서 믿고 거르는 장르가 됐다. 그런 중에 나온 『휴남동 서점』은 그 지루함 속에서도 읽게 만드는 힘을 갖은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 꼰대스럽다 못해 이름이 ‘경직’인 유연함이 1도 없는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따스함이 흐른다.

“은퇴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더라고.”
“은퇴할 때만 해도 내 나이 예순이었어.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면 참 젊었어. 너 기억해?”
“나 은퇴하고 청소도 하고 아파트 경비도 한 거. 둘 다 나랑 안 맞았잖아.”
“오경직이랑 맞는 일이 있나.”

“아빠”
“왜!”
“아빠도 지금 아빠 생각만 하시잖아요. 아빠 지금 아빠 주장만 하고 있잖아요.!”


오경직. 아내인 화정과 연애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화정은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이었고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놓치는 것 없이 살림과 가족을 살폈다. 순조로운 결혼 생활은 모두 화정 덕분이었다. 그런 아내와 자식들 옆에서 경직은 자신의 삶을 살았다. 유일한 친구 항구도 인정할 만큼 경직은 경직된 사람이었고 오로지 자기만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심장 시술을 두 번 받은 경직은 갑자기 인구 소멸에 꽂힌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사라진다니!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면, 1 대 1 밀착 공략을 하면 되리라!

잘나고 잘난 큰 딸. 학창 시절 내내 공부로 이름을 날리고 좋은 학교, 멋진 회사의 취직하여 살아가는 선지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고 해야지.
결혼 후 이제 막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둘째 아들.
루다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얼마나 외롭겠는가?
둘째를 낳으라고 해야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젊은 커플.
알고 보니 막 결혼한 신혼이고 경직의 윗집에 산단다.
저 커플도 빨리 애를 낳으라고 해야지.


대한민국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왜 애를 낳지 않는 것인가?
이 좋은 세상에서 이렇게 잘 살게 된 나라에서 왜?


평온하게 자기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 젊은이들
딸도, 아들도, 윗집 부부도 경직이 상상하는 그들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밀착 설득을 하며 깨닫는다.

인사성 좋고, 세상 어려움 없어 보이는 가을은
경직이 생각하는 편안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있었고,
서울의 삶에 상처로 이 도시로 온 것이었다.
그 안쓰러운 사연을 들으니 이들의 계획에 마음이 불안해진 경직.
이 어려운 시기에 식당을 차린다니
소상공인 다 망한다고 난리인 이 시점에!

함부로 훈수 두지 말라는 딸의 말이 귀에 환청처럼 들리지만,
이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말려야 한다. 말려야 하는데…

하필, 그들이 눈여겨 본 자리가
친구 항구 건물이라니…
절대 집기를 빼지 않고 남겨뒀던 가게를 선뜻 내어준다는 항구.

식당 일을 하면 애는 어떻게 낳냐고…
대한민국 소멸이라 젊은 사람들 애를 낳아야 하는데…

승승장구의 삶을 사는 줄 알았던 딸도,
맞벌이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줄 알았던 아들도,
패기 넘치는 가을과 봄 부부의 삶도
생각처럼 순탄치 않은데..

“그럼 한번 물어보자. 요즘 애들은 왜 결혼을 안 해?”
“순리를 따르나라. 생각해 보니 순리라는 게 별건가 싶네. 늘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거잖아.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지금껏 자연스럽게 생존 본능과 번식 본능에 따라 이어져왔어. 진화론 알지 아빠? 아빠가 말하는 순리는 번식 본능에 가깝네. 나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본능. 그런데 아빠 번식 본능보다 더 강력한 게 무너 줄 알아?”
“생존 본능. 동물은 생존이 위협받으면 번식하지 않아. 우선 내가 살아야 하니까. 요즘 애들이 왜 결혼하지 않냐고? 왜 번식하지 않냐고? 생존해야 하니까. 나부터 살아남아야 뭐라도 할 거 아니야.” 74-5p

마지막 문장은 스포라 패스


이기적이고 융통성과 유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타인의 평판이 중요하고 내 가족을 챙기는 걸 못하는 예전 아빠들의 모습을 품은 경직이라는 주인공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때문임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후의 변화가 자연스러웠다. 나이가 들면 눈도 안 보이게 되고, 귀도 잘 안 들리게 되면서 점차 자기 안에 갇히게 되는데 그럴수록 더더욱 에너지를 써서 다른 사람들의 야이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몇 배 해야 됨을 느낀다. 또한 지금의 나는 어른들의 지혜로운 이야기를 잘 들으려는 노력 또한 해야 함을 느낀다. 그들이 비록 나보다 체력이 약하고 아픈 곳이 많고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따라가진 못하시지만 고단한 인생 잘 살아내신 그 삶에 지혜가 분명 가득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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