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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평점 :

“아버지, 왜 저는 어릴
적 사진이 한 장도 없어요?”
“내가 전부 불태워 버렸어.”, “왜요?” “네 엄마 얼굴을 보기 싫어서.”
“너를 보면 내가 힘들어.”, “…….”,
“네가 네 엄마를 닮아서.”
아이는 아빠 매질 때문에 더 힘들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자신이
닮고 싶어 닮은 것이 아닌데 그것으로 맞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아이는 현실보다 집 안이 더욱 지옥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는 현실의 지옥속에서 서울대에 진학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약사라는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어머니는
예측한듯 도망가고 아버지의 매질은 심해진다. 아버지의 두 번 재혼, 배다른
두 명의 형제들. 아버지는 결국 알코올 중독에 이르고 할머니의 재산을 탕진하며 종국엔 난치성 조현병
환자가 된다. 그리고 믿고 의지한 할머니마저 치매환자가 된다.
할머니와
먹고 자는 집은 천국, 아빠가 오는 날엔 매질로 보내는 지옥. 어린
시절 도피할 곳은 오락실 뿐이었다. 즐거움과 가벼움 공존하는 교류의 공간. 어느 날 친구들과 공사장에 들어가다 떨어져 뒷 통수를 시멘트 바닥에 부딪히고 두개골이 깨진다. 병원에서는 바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저자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불쌍함에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 시간이 지나자 오락실도 아니고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눈 돌린 곳은 독서실이다. 밤늦게 집에
가고 혼자 있으며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공부를 잘해도 매질은 여전했지만 노력하여 경북대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에선 공부에 흥미도 없고 군대에 가는데 남다른 가정사에 정신상태로 관심사병으로 거듭난다. 제대하기 싫었지만 시간은 오고 복학하니 취업과 진로들 결정으로 주변은 분주하다. 그리고 결정한 것은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의 권유에 결정한 입시. 그것도
서울대로 목표로 삼는다. 입시반에서는 꼴등, 반타작도 못하는
점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하루 18시간 독하게 공부를 한다. 남은
시간은 6개월, 잠자는 시간조차 아쉽지만 말 그대로 피 토하도록
루틴을 반복하고 공황장애도 오지만 시간을 아껴 남들이 불가능할 라는 입시에 성공한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과정의 의대에 진학 못하고 결국 약대에 진학하게 된다.
서울대의
열망과 입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노력에 대한 성공스토리도 아니다.
현실과 타협할 수 없는 삶의 이야기. 처절한 좌절과 같은 상황의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정하고 죽음이라는 유혹을 건너 노력으로 성취해낸 인간 승리다. 두려움과 고통,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삶은 힘들지 않다며 나아갈 위안을 건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