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고 이기는 말하기 기술
김은성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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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의 토론을 보면 토론의 의미를 다시금 짚어 보게 한다.

토론은 의사결정 집단에서 공통의 주제를 놓고 공평하게 의사 소통하며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근거로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자리이다. 하지만 우리 정국의 현실은? 고성, 감정적인 화술은 둘째 치더라도 전혀 근거가 안되는 예시를 갖다 붙이며 보편적인 것들을 일반화를 시키고 있다. 소통, 대화, 공감, 이해를 떠나 정당성이나 진실성을 찾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들의 토론은 과거의 쇼펜하우어의 토론술을 닮아 있다. 대상의 근거는 다르지만.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토론술은 옳고 그름을 따지며 객관적 정당성이나 진실성을 따지지 않는다. 존중이 아닌 상대의 약점과 치부를 밝히고자 기술과 전략적인 면에서 상대방을 공략한다. 왜냐면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독특한 관점에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고통, 불행, 의지에 이끌려 다니는 나약한 인간들. 많은 것을 갈망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 그로 인해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들, 인생은 고통이고 세계는 최악이다 라는 근거를 기초로 대상을 지정한다.

인간은 지적 허영심이 있고 논리나 진리보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다. 수준이 맞지 않는 사람과 토론을 하면 안되는 게 원칙이지만 해야 한다면 사술을 쓰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진리로 간주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의 토론술이라고 한다.

 그의 논쟁적 토론의 법칙은 38가지로 나누어 분류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는데 공격, 반격, 결론, 위기 측면에서 말한다.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제시하며 양자택일 하게 하는 법, 내 주장을 받아들이기 위해 더 불합리한 주장을 선택하게 하는 법, 반론할 게 없다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듣는다고 하는 법, 상대방의 주장을 최대한 넓게 해석해 과장해서 무너뜨리는 법 등이 그 예이다. 이처럼 사악한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의 입장에서 상대는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기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대화의 흐름을 끊고 말의 근거와 출처를 요구하며 잠시 혼란스러움과 약간의 인정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든다. 상대가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결격사유를 근거로 더욱 집요하게 공격한다. 억지이고 근거 없다 해도 이미 감정의 억누름과 적절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확실한 쐐기를 박을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면 누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지 모든 이의 타고난 개성을 인정하고, 그 개성을 종류와 성질에 따라 이용하겠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 – 쇼펜하우어

 책은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토론에만 집중하는 것이 법칙을 통해 토론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건강한 소통의 토론으로 갈무리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만의 첨예한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며 상대에게 상처주는 일이 가득한 현실에 우리에겐 필요한 건 쇼펜하우어의 논쟁술이 아닐까. 심지어 우리를 농락하는 정치인들의 말도 안되는 사술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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