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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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의 문화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죽음의 문화 <할복>.

그들은 고결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평민도 아니고 자신의 결백과 충정을 증명할 무사의 자살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도 형식과 방법이 있고 규칙이 있다. 복부의 어디를 찌를 것인지, L자로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해서 내장이 나오지 않고 깨끗하게 죽을 것인지, 그리고 보조자가 어떤 경외의 마음으로 고통 없이 목을 배어 줘야 하는지 말이다. 충성과 패배, 자신의 결백과 같은 증명이지만 <할복>은 죽음이 아닌 일본인들에게 하나의 의식으로 남아 있다.

 소설은 한국 전쟁 특파원 에밀 몽루아의 마지막으로, <할복>과정에서 시작한다.

그 행위와 의식의 고결함,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죽음을 임하는지 적나라 하게 그 과정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의 방식은 의례와 같은 미의식이 보인다. 이유와 의미 자체가 없이 행했다는 자체 만으로 그의 과정과 존재는 존중 받는 듯하다.

 프랑스대사관의 외교관 R.C에게 고급스런 오동나무 상자가 배송된다. 신년 새 해 그의 행동을 다 예견하듯이, 에밀 몽루아는 36개의 수첩과 자신의 레코드판 두 개를 배송한다. 그가 모든 진상을 밝혀주듯이 말하듯 그가 다 읽는 날짜까지 예견하듯이 에밀의 자결이 이루어지지만 R.C는 호기심에 미리 날짜와 틀리게 다 읽어 내린다.

 나치 독일인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리스. 그는 아리아인의 자부심과 풍부한 자성을 가진 혼혈이었다. 그리고 유대인 형 에밀과의 조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그의 옷 가슴엔 노란 별이 그려져 있었다. 노란 별은 순수한 마음의 사람에게 깃든다 말한 아버지였지만 실태는 반대였다. 생체실험을 거듭하며 효과적인 학살을 거듭하는 의사. 평생 숨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모리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흘러 전쟁으로 엄마, 아빠를 잃고 모리스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천사 같은 코넬리아, 브종이라는 은인, 브종은 클레베로 신분세탁을 하고 모리스는 클레베의 도움으로 에밀 몽루아로 개명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기자가 된 에밀, 그는 한국 전쟁에 파견된다. 전쟁의 어두움을 보면서 특종을 만들지만 아버지의 죄책감과 연인이 된 한국인 선희가 시대적 비극과 맞물리며 현실은 죄책감과 상처로 다가온다. 종군기자가 접하는 현실의 비애와 생체실험, 그 혼돈의 중앙에서 고민하는 유약한 삶이 그를 고민하게 만든다. 자신이 문제의 해결점은 아니지만 사죄로 극복한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고결한 방법 <할복>이 아니었을까 말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의 혼혈인 그가 사무라이의 방식으로 자신의 고결함을 증명하려 했을까. 시대적인 업보 자신도 그 역사에 적지 않은 관여로 구원받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무의식과 맹목적인 자결에 대해 자신의 의지와 삶의 표출을 확인할 수 있는 인생스토리가 담긴 소설 <할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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