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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평점 :
시대를 구분짓는 수저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환경과 태생에 탓을 하면서 있는 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지만 그들의 삶을 궁금해하며 동경하기까지 한다. 모순적인데 상위계층이라는 그들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기는 했을까.
이 소설은 뉴욕 상위 1퍼센트의 금수저 이야기다. 과일과 같은 지명의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세 여성의 이야기. 맏 딸은 두 아이의 엄마로 출산과 함께 퇴사를 하며 전업주부로 육아에 전념한다. 둘째는 조지애나는 철부지 같은 자유로운 영혼.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면 한 남자와의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이 집안의 아들과 결혼하여 집에 들어가게 된 사샤. 외부자로 이들의 삶을 관찰한다. 일상적인 삶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권위 의식과 다양한 욕망과 편견이 충돌하는 세상. 마치 사회의 한 축소판 같다.
부동산으로 돈을 일군 가족의 일원이 되는 사샤. 남편 코드의 챙김이 있다지만 왠지 가족사이에 겉도는 것 같고 온갖 추억의 잡동사니를 보관한 집안에 답답해 한다. 마치 차원의 문을 지나 다른 시간대에 간 것처럼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샤의 마음대로 이것들을 건들 수는없다. 가족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그녀를 가족처럼 대하지만 혼전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던 이유로 ‘꽃뱀’이라 불린다. 타인을 배척하는 그들만의 세상, 노력하지만 바꿀 수 없는 가족간의 이질감. 그러다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도 누군가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둘째 조지아나는 가만이 있어도 통장에 꼿히는 돈으로 호의호식한다. 파티, 의상, 액세서리 자신 계급의 우월함만을 보이고 즐기려만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속물이고 허영, 사치스럽다, 가식에 비난을 하지만 그녀가 믿는 구석은 비영리단체에서의 봉사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다고. 하지만 무지만 드러난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이 국가라는 사실도 모른체. 남자를 짝사랑하면서 금단의 사랑에 실망하고 자신의 윤리의식에 회의감이 든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면서.
첫째 달리는 스톡턴가에서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신탁재산을 포기하고 한국계 이민자 2세 남편을 택하고 경력보다 육아를 택했다. 하지만 남편의 실직에 모든 것이 후회된다. 스톡턴가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을, 이민자에 대한 사회 시스템, 그런 이민자를 선택한 자신을.
세 명 여성의 캐릭터를 통해 사회, 돈, 가족, 사랑을 말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가쉽과 같은 일상이 즐겁게만 보인다. 하지만 그들만 모른다. 당연한 그들에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특권이라는 것을. 가진자의 시선에서는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모르다가 자신들의 위기에 그것이 특권이고 불평등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 존재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닌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인간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