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책세상 세계문학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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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 근현대 일문학의 위대한 작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글로 일본의 국민 의식을 만들고 모든 일본인들의 정신적 영웅이며 무라카미 하루키, 에토 준 그리고 중국의 루쉰 작가에게도 영향을 끼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그런 그가 현대 소설 작품 <풀베게>를 통해 자아를 찾고 인간 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시대비판 정신으로 자신의 세계를 말한다. 비인정(非人情) 세계에서 만나는 인정의 세계를.

도쿄의 복잡하고 세속적인 일상을 벗어나 출가적 삶을 꿈꾸는 주인공. 그는 시를 읊으며 서양문학에 취하고 산수의 한 폭을 담아내려는 서양화가이다. 풀베개의 제목이 풀을 베고 눕는 것처럼 그는 무위자연에 귀속 하고 싶은 꿈을 꾼다. 그래서 여행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과 세상을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아 다닌다. 온천에 가는 길 다양한 군상을 묘사하는 찻집의 할머니, 마부, 스님. 그리고 여기에는 자신이 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인물로 자신의 그림속에 그녀는 담고 규정하고 싶지만 그녀의 생기와 언행만큼 한 폭에 담기가 힘들다. 마치 주변은 또렷히 보이는데 그녀만은 희미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해와 인정을 벗어나 탈속과 같은 비인정의 길을 걸으려 하는데 왠지 인정의 길로 다시 돌아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는 안타까움과 묘한 초조함의 긴장감이 어린 애련함이란 감정의 인물로 느껴진다. 그러던 그녀의 사촌 동생 규이치가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그를 배웅하러 모든 사람들이 기차역으로 나가는데 왠지 주인공은 다시 세속적인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열차는 움직이고 여주인공은 기차안의 헤어진 전남편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 멈춰 서서 망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그 때 그녀의 얼굴에는 애련함이 떠오르고 주인공은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소설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운율, 언어를 심미롭게 표현하는데 섬세한 시각과 새로운 관찰로 인한 새로운 의미부여가 돋보인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의 보여주는 세세한 표현력은 언어유희의 절정과 같고 중간중간의 짧은 시가 마음의 감정을 갈무리 한다. 서양문화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은 다양성 넓은 세계에 초연할 것을 말하는 듯하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벗어나고 인정과 이해를 버리고자 한다. 당시의 불황시절을 암시하듯 시대적 염세주의가 소설에서 엿보이는 이유이다. 순서적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다음의 작품으로 나온 풀베게도 앞선 두 작품처럼 작가의 삶과 경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현실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느끼고 싶은데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돌려서 말하는듯 많은 생각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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