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평점 :
과거 아폴로 7호에는 우주인들이 실제로 챙겨갔던 식량 중에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로켓은 무게가 발사비용 이었으므로 냉동고를 탑재할 수 없어 동결건조로 만든 아이스크림이었다. 머랭 쿠키와 같은 식감의 아이스크림은 벽돌 씹는 소리에 분유와 같은 맛에 침에 닿으면 젤 같이 변형하고 바닐라
향이 나는 게 특징이었다. 다양한 식량의 우주섭취가 가능한가 도전의 일환이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아폴로 7호에 한 번 쓰이고 버려졌다. 현재도 관광상품으로 판매되지만 하나에 5달러로 높은 비용을 자랑한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라는
이런 아폴로에서 착안했는지 우주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사건의 중심이다. 우주로 향한 우주선이 전자기
폭풍의 영향으로 되돌아오는 사고가 벌어지고 종군기자가 콜로니에 사람과 물자 보내는 회사의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것은 기체의 결함은 아니지만 회사의 책임일 수도 있다며 분명히 적재된 아이스크림이 물건에 없는 것이 그 증명의
과정이 된다. 종군기자, 기업 관계자, 과학자, 군인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이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이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데 각자 이해에 모든 사실은 거짓 같고 아이스크림이 사건의 중심이 되며
인물 또한 체인점의 아이스크림 네임을 가진 추리극이다. 중량대신 쓸데없는 것을 탑재하고 폐기한 것처럼
마치 쓸데 없는 것에 집중한 아폴로 7호의 치부와 같이 사람들의 논점은 본질을 흐리고 각자의 시선으로
말하지 않나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작가 이산화의 다양한 시기의 SF소설을 수록한 SF앤솔로지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만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회적 이슈도 인간의 본질도 생각케 한다. 단편 <아마존 몰리>는
참여한 공모전이 페미니즘 SF여서 그런지 가장 첨예한 부분을 과학과 결부시켜 말하고 있다. 인간의 단성생식이 가능하다면 남자라는 존재는 필요한 것일까. 클론이
가능해 진다면 자신을 닮은 사람을 보며 그 과학의 산물이 아닌가 자신만을 생성하는 것이 욕심일까 해법일까. 이렇게
다른 관점을 통해 보면 일상의 모든 것이 혼돈스러워 진다고 한다. 마치 황우석 사태가 윤리적 근간을
뒤흔들고 시대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어릴
추억의 ‘과학상자’를 통해 실존인물을 평행세계에 보내는 이야기, 우리가 아는 놀이동산 롯데월드를 통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보는 미래의 이야기,
우리가 취미로 모은 잡지를 통해 허구적 사실을 진실로 만들어 보는 이야기, 시대의 어두운
절망에서 일상의 화학물질을 조명해본 일상의 이야기.
과학과
상상의 개연성을 넘어 일상의 모든 것에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여 책은 SF와 판타지의 중간인 것 같다. 동시대의 우리가 다른 시선과 이해로 사물을 바라보고 서로만의 정답을 갈구하듯이 모든 현상엔 객관적인 해답은
없다. 다른 관점에서 서로의 상상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을 통해 넌지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