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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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수치심, 은폐, 희망, 욕망, 파국. 삶의 근간을 흔들며 불안으로 잠식하게 하는 단어들.

딸인 저자는 어머니를 결단으로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치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한 경험과 분노란 감정에 대한 응어리가 아닌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글을 쓰기로 한다. 자신의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한 사실해명이 아닌 누군가 딸, 한 남자의 여자, 아이들의 엄마로 삶이 어떻게 왜곡되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이유. 과거를 곱씹어 보며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단어로 감성 지어 본다.

 2018 5 7일 옥상에서 몸을 던진 어머니. 척추가 부러져 사망으로 사인 나고 가족들은 황망하지만 원인과 이유를 찾기 보단 은폐에 나선다. 왜냐면 어머니가 죽기전에 이상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딸인 저자와 아빠에겐 독설과 폭언을, 오빠에게는 애인과 있었던 일을 암시하는 성적 표현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상황은 나빠져 누군가 자기를 죽일 거라는 환상에 이상 행동을 보인다. 경찰과 119가 수시로 출동하여 그녀를 구출하면서 조현병 같으니 조속히 병원에 가길 권한다.  저자 또한 스트레스와 돌봄에 피골이 상접해가고 급기야 아빠에게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남자를 찾아야 해결을 보자고 항변한다. 엄마는 이를 듣고 절규하듯 만류하고 결국엔 그날 옥상에서 몸을 던지게 된다. 

 1952년 강원도 갑천에서 6 1녀의 막내로 태어난 어머니. 홀로 서울에 올라와 낮엔 공부하고 저녁엔 일하며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했다. 친구들과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활짝 피어나려 했던 어머니. 아버지의 구애에 좋아했던 사랑도 떠나 보내고 아버지와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억척같이 생활했던 어머니. 동 시대의 어머니들처럼 식사, 질병, 구치소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살아가지만 시댁과 합가로 인해 지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된다. 개고기를 팔아 삶을 유지하는데 시어머니의 구박은 심해지기만 하고 시동생들은 어머니와 딸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기만 한다.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지만 펴지지 않는 삶, 죽을 듯이 고생하여 집안이 나아지자 자식들의 교육에 열중하게 된다. 세 아이의 학비와 뒷바라지에 모든 걸 다 바치지만 자식들은 서로간 거리를 두고 자신들의 삶에만 집중한다. 학비 뒷바라지에 집은 가세가 기울고 엄마는 건강과 심신의 안정을 핑계로 등산을 타기 시작한다. 산을 탈수록 늘어가는 술과 모텔의 일회용품들, 평생 그렇듯이 방관하는 아버지, 장남으로 자신 가족의 안위만 챙기는 아들. 본인의 입장에만 충실한 이 때 저자 또한 세월의 굴곡을 겪고 투병하며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인정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여성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시대의 사회 약자로 만들어지는 여성들을 이해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자신의 해방구와 같은 글쓰기로 생명을 다시 품고 살아가기로 한 저자. 이 모든 것은 엄마가 감내하고 목숨으로 만들어 준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통해 다시 삶을 의미를 고찰하고 태어나는 단어들, 그건 어머니의 고통이 만들어 준 삶의 교훈과 존속의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책은 무상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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