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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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통해 나타나는 고인.

여러 문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는 그 상징성에 주목한다. 미래에 대한 예시, 암시, 길흉화복의 점지 등. 하지만 해몽가들은 별반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미련과 전생에 못다한 메세지를 전하려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꿈에 그들이 나타나는 인상은 늘 단아하고 정갈한 생전 기억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책의 이야기도 거기서 모티브를 얻은 것 아니고 싶다. 낮에는 일반 미용실이지만 저녁에는 망자의 스타일링을 해주면서 자신의 업을 갚아 나가는 이유 있는 환타지, 미용실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다양한 사연을 말하면서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 지는 곳. 하지만 책은 단순 판타지만이 아닌 복합적인 요소들을 담아내고 있다. 호러, 역사, 설화 그리고 사회적 민감함 이슈까지. 다양한 장르의 혼합물이라 통일성을 저하시켜 집중을 떨어뜨릴 것 같지만 외의로 복합적인 사건의 조각들이 퍼즐로 귀결될 때 스토리는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아무 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말해도 탈이 나지 않을 적당한 거리의 낯선 사람이 필요한 자들이 모여 드는 공간, 산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미용실은 그런 공간이다. (p.38)

 현월동에는 동네 미용실 같지만 밤낮없이 운영하는 이상한 미용실이 있다. 바로 챠밍 미용실

낮에는 산 사람들, 밤에는 망자의 소원을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이는 우리네의 고달픈 이야기와 사연을 대변하는 듯 하다. 자식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노인, 학교폭력에 방치되는 아이, 영아를 살해하고 도망치는 여자, 주인을 잊지 못하는 강아지 등 그들에 대해 챠밍은 꾸며 주기도 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한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나서 해결하거나 소원을 이루고 망자를 삼도천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동네의 터줏대감 같은 도깨비 부동산 사장, 검은 고양이 플루토, 그림작가 의명, 꿈의 공장을 운영한 신 ’. 이들의 관점에서 하나씩 사건들을 다루고 주체적으로 보여 주며 사연과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도깨비와 챠밍은 설화적 세계관에서 연결되었고 그들의 과거를 통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지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머리어멈 참잉과 도깨비, 구미호, 그리고 판의 계략. 초반의 대화나 사소한 계기 하나하나의 복선이 큰 실체를 이루며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후속편을 예견한다.

-보통 꿈은 살아 있는 사람의 소망이거든. (p.92)

 

평범한 소재로부터 판타지의 가능성을 말하고 일상의 사회적 이슈로부터 대중적인 접근과 그에 대한 힐링을 말한다. 과거의 설화적 복선은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확장으로 인한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적 즐거움과 복잡한 인간사에 회의를 느껴 힐링을 얻고 싶다면 챠밍 미용실을 그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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