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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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론에 관한 소설.

모든 사건과 상황이 필연적이고 인간이 발버둥쳐도 바꿀 수 없다면 그에 관해 수긍하겠는가, 그 노력의 과정 또한 바뀔 수 없는 운명의 일부분이라면 어디까지 인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소설이지만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결정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운명론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올림프스 신들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라 수긍하였고 기독교에서는 예정설로 결론 짓고 있다. 근대 자연학관 데카르트나 베이컨에서는 물리학을 배경으로 우주의 기본법칙과 양자역학 통계 불확정성의 논리라고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생활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게 운명이라면 우리는 운명에 수긍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가, 아님 발버둥쳐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에 노력해야 하는가 책은 묻고 있다.

그 어떤 것도 확정할 수 없지만 이것조차 운명이라면 우리는 빠져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하면서 말이다.

줄거리 요약

어느 날 집 앞에 놓인 의문의 붉은 상자. 자기에게 온 것이 아닌 것 같지만 호기심에 주인공 도익은 상자를 열어보게 된다. 상자속에 있는 것은 흰색 펜으로 의문의 글이 적힌 검은 쪽지. ’검은 양복 입은 남자와 절대 대화하지 말것’. 예비 신부인 어떤 여성도 의문의 붉은 상자를 받는다. 내용은 잠시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이다.

 도익은 경찰 시험을 보러 가다 길을 묻는 검은 양복의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예비 신부는 상자의 말만 읊조리며 길을 헤맨다. 그러다 누군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게 되고 예비신부는 하늘을 바라보다 자살자와 부딪혀 사망하게 된다.

 다양한 사람에게 끊임없이 붉은 상자가 배달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뺏으려는 자, 우위를 점하려는 자, 복수를 하려는 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자, 욕망을 채우려는 자. 이해관계의 중심엔 도익이 있고 관련 인물들이 상자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템을 얻으려 한다. 복수와 배신 그리고 죽음. 그러다 아버지와 얽힌 사실을 알게 된 도익,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님을 감지하고 해결에 나선다. 잘못된 수순과 관계를 바로 잡으려 하지만 관여할수록 더욱 얽히는 사건들. 그 사건은 일어날 운명이 아닌 도익이 만든 운명임을 알게 된다.

 초현상의 매개체 붉은 상자를 바탕으로 숨막히는 우연과 필연을 시놉시스에 담아내고 있다. 마치 영화 나비 효과와 같다고 할까. 책은 이처럼 인생을 결정짓는 운명의 붉은 상자가 우리 앞에도 있을지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그것을 열어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개인의 이기와 욕망이 운명을 정해진 결과로 치닫게 하는 것 아닌지 말을 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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