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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머물다 떠난자리 들꽃같은 그리움이 피어난다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3월
평점 :
생각하면 아스라히 떠오르는 기억속에 그리던 감성들.
과거 노을이 질 때를 생각하면 풍광과 소리, 냄새까지 떠오르는 듯하다. 아이들과 골목에서 놀다보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각자의 집에서 풍기는 저녁냄새, 다른 곳에서 부르며
들리는 서로의 이름 소리. 아쉬운 마음에 서로를
붙잡아보지만 주홍빛의 하늘은 남보라와 같이 바뀌며 아이들은 안타까움을 달래며 집에 뛰어 들어간다.
그런 그런 자연과 시간, 풍광을 느끼고 생각해 본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현실에선 제대로 하늘이나 한
번 보며 가슴을 다스리고 느낀 적이 있을까.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문제에 집중하며 사물을 바라볼 여유조차 잃는다. 그런 건조한 일상과 쉼 없는 마음에 가끔은 촉촉히 여운과 물을 주고 싶다면
어떻게 관조해야 할까. 평소엔 즐겨 찾지 않는 시집이지만 운율과 같이 단어를 통해 곱씹다 보면 잊고
지낸 감정과 그리움과 같은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기다림>
(p.38)
뙤약볕이 내리는 무더운 한낮, 여름의 산책길에 나무 그늘아래 벤치에 앉아 쉬어 간다. 맑고 높은 하늘위로 뭉게구름은 산허리를 감싸 돌고 있으며 장맛비에 물은 황토 물결이 넘실거린다. 햇살 아래는 축 처진
수국과 황매화 힘없이 고개를 들고 매미 소리만 청아하게 들린다. 이것이 자연이 만들어준 계절의 마주함,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또 다른 단편적인 삶의 방식인 것도
한 구비 넘어가는
새로운 시간의 너비를
새삼 다시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도
다시 부딪히는 삶을
다가서는 굴곡의 깊이로
새롭게 받아들이며 성숙해지는 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
그 먼 곳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다양한 삶을 기다려 보련다. – 2022.
8. 25
눈꽃 >
(p.113)
섣달 그믐 기나긴 겨울 밤사이 내려앉은 눈꽃이 있다. 어두운 밤에 동트는 빛에 반짝이고 바람은 얼굴을 밀치고 지나간다. 흰 눈이 내린 겨울 산, 내리
앉은 눈꽃은 영롱한 빛으로 숲길을 밝힌다. 교감하며 걸어가는 길에 아름다움과 홀로 남겨진 발자국에 외로움을 남긴다. 세상이 티끌없이 하얗듯이 우리가 지향하는 마음도 하얗고 깨끗하기를.. 세상 또한 깨끗해지기를 기원해 본다. 지나간 발자국에 미련은 남겨두고 소중한 추억만을 찾아 보자.
또다시 떠오르는
지나간 진한 그리움들이
겨울 산 능선 길에서 다시 만나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나간 추억들은 모두 다
햇살에 눈처럼 녹아 사라지기를. – 2023.
1. 6
추억, 그리움, 미련, 아쉬움, 세월, 풍경, 회고들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사계절에서 녹아내고 있다. 눈으로 일상을 통해 보지 못하고 지내 왔던 것들에 감사함을 갖고 미련과 불안을 떨치고 나아갈 수 있는 위로와 희망을 준다. 자연과 풍광은 항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똑같이 대하듯 있는데, 변한 것은 우리가 아닌가 자조하며 격려와 위안으로 미래를
나가며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