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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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속 이야기의 공주들 설정은 전부 비슷하다.

출생의 비밀, 착하고 여린 공주의 시련,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왕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 공주의 캐릭터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동일하다. 하지만 여린 존재로 묘사되고 늘 남주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시대적 사상에 반하게 여성작가들은 다른 시점의 동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예가 미국 여성학자 바바라 G 워커의 흑설공주이다. 백설공주를 비틀어 만든 설정의 이 동화는 외모지상주의와 계모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며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섰다. 내용은 우리가 알듯이 계모는 질투를 하지 않고 왕자는 선하지 않으며 흑설공주는 왕자에게 강간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새어머니는 흑설공주를 구해주고 둘은 서로 사이좋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왕자는 감옥에서 자기 위안 망상으로 글을 쓰는데 그 이야기가 백설공주라는 설정이다. 여성의 시점에서 사회적 비판과 풍자, 여성인권지향의 일원으로 쓰여졌지만 고루하지 않은 일반적인 내용은 왠지 새롭고 신선하며 새로운 관점도 준다. 우리가 아는 판에 박힌 세상에 대한 일탈, 그 도의를 벗어나는 쾌락의 즐거움, 그렇게 동화는 쓰이는 이들에 의해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

 본 도서도 기존의 공주라는 관념을 탈피하여 여성작가들이 동화를 재해석한 앤솔로지, 이상의 모음집이다. 해피엔딩의 내용들이 SF, 판타지, 호러, 코미디가 되고 인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동화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갖게 한다. 여성차별, 여성혐오, 여성인권 등 사회적 약자인 공주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가련한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나아가고 관철할 수 있는 인격체라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신데렐라라는 로맨스를 보았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식 욕구를 탕으로 끓여 인정욕구와 자아실현, 신성에 대한 욕망을 고명으로 장식한 뒤 외모지상주의 조미료를 뿌리고 여성혐오와 동성애라는 그릇에다가 퍼 담는다. (p.102)

 앞의 흑설공주와 같이 여섯 앤솔로지 동화들은 여성으로의 사회적 헌신과 처절한 남성위주의 흑백논리를 비판하듯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공주 이야기를 통해 말하는 것은 싶은 국소적인 사회의 여성문제에 관한 편린일 뿐 다양한 현 시대의 문제를 직시하길 바라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회적 인식이 아닌 차별과 혐오, 존중과 평등 우리가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꼬집고 있어 가벼운 소재이지만 내용만은 무겁게 다가오는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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