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세인트 헬레나.

남대서양에 있는 섬으로 나폴레옹의 유배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책의 표지에는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남자가 바다의 물결 형상으로 채워져 있다. 영국령이었던 섬에서 조선의 유생과 같은 그를 배치하여 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두 가지 팩트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쓴 팩 픽션과 같은 본 책은 ‘홍경래의 난’과 ‘프랑스 대혁명’에서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결과이다.

 얼마전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한 호아킨 피닉스의 ‘나폴레옹’. 혁명의 불꽃이 가득한 프랑스 전역을 배경으로 코르시카의 한 젊은이가 영웅으로 떠오른 이야기 담고 있다. 영화는 영웅담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말하지만 그의 무모한 정복과 야망에는 ‘조세핀’이라는 여자가 사랑으로 흔들었다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인간적 갈등과 욕망으로 실패하여 종국엔 유배를 당하고 세인트헬레나의 죽음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홍경래의 난’ 은 2가지의 원인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모순과 지역 배척. 이성계는 동북 지방 출신으로 서북지방 평안도와 함경도 출신을 벼슬에 올리지 말라 이르며 배척 하고 당시 시대상은 세도 정치로 김씨 일가가 가렴주구 하여 피폐해진 백성들이 굶주리며 민심이 흉흉했다.

 홍경래는 이에 분개하여 봉기, 난을 일으키나 목적이 불분명하고 구심점이 없었으며 세상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 대의가 없어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난을 실패하기에 이르고 그 곁을 호위하던 주인공은 관군에 쫓기며 탈출하다 바다에서 표류하여 영국배를 타게 된다. 천주교신자에 혁명운동을 일으킨 신분이 알려지자 그는 노비가 아닌 사절로 대우 받으며 세인트 헬레나에 입성하게 된다. 그렇게 젊은 시절 혁명과 세계정복을 꿈꾸던 나폴레옹을 만나게 되고 그의 목숨을 구하며 은혜로 금의환향 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은 불안정한 정세에 민심은 들끓고 의적을 자칭하며 봉기가 일어날 조짐이 분분한데 홍경래의 과거와 얿매인 자들과 마주하며 과거를 청산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속에 존재했던 그들은 의지와 신념의 관철, 복수와 사랑을 위해 운명의 소용돌이로 나아가게 된다.

 연결고리가 없지만 사건 같지만 민주주의와 혁명을 근거로 하여 두 사건을 결부시키고 있다. 천운에 만난 주인공과 나폴레옹. 서로의 뜻하는 바는 같았지만 그들은 의미를 관철하고 개화적으로 덜 성숙한 우리의 인식은 혁명의 실패로 연결 되었다. 혁명에 성공하듯 과거 정도전이 지향하는 세상이 열렸다면, 급진적인 개화, 열국의 분쟁속에서 살아남았더라면 경술국치에 이르지 않고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지 않았을까.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혁명, 평등, 자유, 사랑의 흐름속에서 그 아쉬움과 상상의 나래를 책은 우리나라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