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소설가들의 상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상의 미묘한 사건, 사고들이라도 일반인들에겐 지나쳐가는 하나의 해프닝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무한한 상상력과 자극을 준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한반도 긴장이 첨예하지만 과거 정권에선 화해와 같은 분위기 조성될 때가 있었다. 불가능하지만 이 시기를 틈타 평양을 갈 수 있다면? 막연한 유희가 아닌 목숨과 일생을 걸만큼의 일확천금 기회가 있어 반드시 가야 한다면? 상상도 못한 소재에 현실의 욕망, 그 가정에서 소설은 서부 미개척시대의 무분별한 골드러시와 같은 행동, 금을 향한 사람들의 욕구와 모험을 담고 있다.

 고생만하며 부유하게 자라지 못한 할머니의 입버릇은 통일만 되면 금괴를 찾으러 평양에 간다 였다. 허무맹랑한 소리인 줄 알았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만석꾼 집안에서 자라 내노라 하는 사람들 거두고 살렸지만 노예, 천민의 반란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종놈을 구제했다고 생각했는데 팔에 안장을 차더니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주적으로 몰아 매질해서 증조할아버지를 죽임을 당했다. 세 아들들은 다 도망치려 했으나 죽음을 면치 못했고 막내딸인 김사끝 할머니만 살아남아 고생하며 남한으로 내려왔다 한다. 홀몸 부자집 자식으로 해보지 못한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자식들을 키워냈으나 아이들은 유산이 없나 하고 할머니의 마음은 늘 고향인 북에 있다. 살아남은 사람은 있는지, 도망치듯 버리고 온 집과 유산은 어떻게 되었는지. 늘 오매불망 통일만 기다리며 이산 가족 찾기에만 나서게 된다. 하지만 임종을 앞두고좋아하는 친손자에게 북에 가서 금괴를 찾아오라 하는데, 거짓인가 했지만 손자는 할머니 수의 저고리속에서 평양 주소를 발견하고 동생과 중국으로 향한다. 조선족을 통해 월북을 시도하고 꽃제비의 도움으로 주소지에 달하게 되는데, 복선을 가진 인물들과 조우, 배신, 증조부를 때려죽인 종놈의 자손들과의 대조적인 운명과 인연, 명운과 미래가 달린 여정속에 그들의 시간은 금을 향한 욕망으로 치우치며 나아가게 된다. 

 한국 근대사 민족의 고난과 실향민, 가족, 재산 찾기 다양하고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만 관건은 골드러시라와 폐쇄적인 평양, 얽힌 인과관계가 흥미를 더한다. 마치 평양을 가본 것 같은 사실적인 묘사와 보물섬을 찾아가는 호킨스의 이야기처럼 배신과 타협, 복선이 가득한 소설이다. 업과 같이 얽힌 인과관계 속에서 골드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내재된 본질인가 과거에 대한 하늘의 보상인가 소설은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