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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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타인에 대해 부러워하면서도 현실의 인생을 합리화 하는 것? 누가 뭐라해도 원하면 시도하는 것? 원초적인 욕구를 바탕으로 안목의 저변을 넓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의도와 취향에 솔직한 치기를 덧붙이는 것, 의도대로 사는게 아니라 구색에 맞게 사는 데로 합리화 하면서 현실과 타협할 때 사는 것이 더욱 어울린다. 좋게 표현하면 나다움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정신승리법이라고 표현해도 무색하지 않다.

 중국인의 정신을 대표하는 문학가 루쉰, 중국인이 좋아하는 대문호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낡은 시대정신에 빠진 중국의 젊은이들을 계몽하고자 정신승리법과 같은 합리화의 향락에 도취한 그들의 행태를 빗댄 작품이 있다. <Q정전>.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몽매한 중국인민과 혁명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인데 주인공은 얼간이 날품팔이꾼인 아Q이다. 친근감을 주기 위한 어조사 아와 큐는 변발과 같이 변하지 않은 청나라 중국인을 뜻한다. Q는 사기를 맞아도 건달들에게 맞아도 가스라이팅의 합리화를 한다. 그 합리화의 정도는 자신이 맞으면 벌레가 자신을 때린다 하고 그래도 응분이 풀리지 않으면 지나가는 힘없는 여자나 아이들에게 탓으로 전가하며 합리화 한다. 그래도 안되면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때려 고통을 합리화한다. 혁명이 일어날 때 아Q는 소리를 지르며 혁명에 가담하지만 치안질서를 흐렸다는 누명으로 총살당하고 만다. 루쉰은 이런 주인공을 (정신승리법)으로 현실을 합리화하며 변화하지 않고 계몽하지 않는 중국을 빗대어 말하고 있다. 무력감과 굴종과 같은 노예감 속에서도 남에게 맞고도 자기 아들에게 맞았다 느니 합리화 핑계하는 자존심만 비대했던 청과 같은 중국 민족을 꼬집기 때문이다. 이 외의 책인 <광안일기>, <애도> 작품을 통해 나다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사유하고 라오서의 소설 <낙타샹즈>에서는 권력에 저항하는 문학작품을 들추어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 올바른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낡은 관습의 타파로부터 새로운 문화의 계승과 시대 정신에 맞는 미래를 위한 헌신, 그 과정에는 절망에 합리화로 타협하는 나 자신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성찰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루쉰의 작품과 여러 시대의 반질서에 봉기하는 문학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 고찰한다면 불확실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서 오는 방황과 혼돈에서 불안감을 지울 수 있을 거라 말하고 있다.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같지 않고,

 소인은 같음을 추구하되 조화롭지 않다.  –‘논어의 공자

다름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들과 같음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 소인이고 어떤 사람이 대인일까. 조화와 화합을 인정하고 인식의 변화로 도태하지 않으며 미래를 개선하여 나아가는게 대인이 아닐까? 루쉰의 작품들이 이 시대의 등대와 같이 다가오는 이유도 그에 의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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