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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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Cookery for Private Families. -Eliza Acton

 

과거 영국하면 귀족사회, 우화한 차문화, 상류층의 코스음식과 식사예절등 다양한 상상을 떠오르지만 현실은 비참한 계급간의 격차와 문화가 있었다. 물론 산업화로 이해 부를 축적하고 그에 맞는 교양과 상식, 음식문화를 향유했지만 일반인들에게 현실은 진창 냄새나는 더러운거리, 곰팡이난 빵 한 조각도 먹지못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계급의 격차를 넘어 음식이라는 따스한 공감대로 사회적 제약이 많은 여성들이 시대의 보편적 가치관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라이저 액턴은 실존했던 인물인데 시인이자 음식작가로 프랑스의 사치스러운 식문화가 만연했던시대에 서민적이고 현실적인 조리법, 계량과 시간을 통한 보편적인 요리법의 책을 출판했다. 음식은 사치와 허영의 고유물이 아닌 삶을 지속시켜주고 기쁨을 주는 맛으로 누구나 조리할 수 있게 평범한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요리책이었다. 매력적인 산문으로 쓰여져 평론가들의 큰 호평을 받았기도 했으며 대중적인 조리법으로 미식의 폭을 넓혀져 여러 판의 재인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평범한 가족을 위한 현대요리>를 소설을 통해 본다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여성의 삶, 어떤 굴곡이 승화되어 책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중산층의 노처녀 일라이저는 똑똑한 현대여성으로 문학인으로 인정받고 시집을 편찬하고자 하지만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여성을 대변하듯 거절당하고 만다. 출판사에서 요청한 것은 요리레시피와 같은 책이었고 이는 바로 출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파산으로 야반도주해야 하고 어머니와 하숙집을 운영하게 되어 프랑스 여행의 경험을 살려 음식을 만들며 책을 내려 한다. 이 중에 하녀를 하나 들이는데 런던음식점에서 주방보조로 있는 동생과 어머니는 정신병자이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인 하녀였다. 하지만 요리사가 되고 싶은 열망이 높아 둘은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미식을 깊이 탐미하며 우정이상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일라이저의 어머니는 아버지 파산 구제를 위해 결혼을 강요하고 하녀 앤은 어머니가 강제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이런 힘든상황과 서로의 비밀속에 음식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공감, 유대하며 사회적 통념에 굴하지 않고 신시대의 여성처럼 나아가게 된다. 서로의 이상을 위해 요리책을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우정을 다양하게 담는데 삶의 여정이 서로를 떨어뜨려 놓지만 훗날 앤이 일라이저의 출판된 책을 접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장편소설이라 400페이지가 넘어 지루할 것 같지만 다양한 사건과 등장하는 인물들의 깊이어린 감정과 정서를 담고 있어 <작은 아씨들>과 같이 쉽고 유쾌하게 읽힌다. 곳곳에 등장하는 레시피와 맛을 음미하고 추억을 기리는 식평들이 소설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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