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현대시학 시인선 107
이경선 지음 / 현대시학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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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우리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면서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순간순간의 소중한 경험들과 감정들. 저마다 추억은 다르겠지만 계절과 장소, 가족에 대한 어릴적 추억에 대한 향수나 애틋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골목길의 풍경, 장터, 용돈, 선로등 이경선 시인은 자신의 희미한 기억속에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공유하며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자신의 자취를 찾아가고 있다. 사물, 사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그의 아름다운 운율과 단어로 음미해 본다.

 

동짓날

 

별들 다 세면

오라비 온다던 그 말을 못 잊어

못 잊어,

밤이면 꼬박 하늘을 세었다.

 

저 꼬막손 마른 가지 같아

멀리서 오라비 눈물을 훔치고

짧은 소맷단 적신 밤이 많다

 

오누이 걸린 하늘엔

봄도 아닌 꽃이 피었다

 

아퍼서 아랫목에 누워 약사러간 형과 누이를 기다린적이 있다. 약만 바로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어머님의 손을 잡고 누워있던 기억이다. 고열에 괴로워 언제오냐만 되풀이 했는데 어디까지 오고 있나 헤아려 보려므나 했던 어머님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골목을 지나 어느 육교를 건너 어느 가로등앞에 오고 있다. 힘들었던 기다림이었지만 그렇게 헤짚어 보며 아픔을 머리한 것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아픔보단 그리움이 따듯한 추억이.,

 

오 남매

 

낡은 초가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

오 남매 배곯던 날이 많았다

 

아홉 살 누이는 시집갈까 하고

나는 아니 될 말이다 잡아떼고

열셋 누이는 서울로 식모살이 갈까

꼬막손을 꼬깃거리곤 했다

 

식모살이하러 훌쩍 서울 간 날 있다

 

현재 세대가 보면 이해못할 과거의 생활상. 하지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우리의 과거에 기억짓게 하는 애틋함이 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면 챙겨주던 누이, 가장이라고 엄격하게만 모든 것을 시키는 형. 지금은 서로의 생활이 있어 보기 힘들지만 참 우애있고 서로를 챙겼던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좁은 밥상머리에서 티격태격하던 그 시절이 참 그리울때가 있다. 밥에 김치하나만 있어도 서로 먹겠다고 다투던 그 때가.

 

이경선 시인의 시는 이지적이다 냉소적이다 할순 없지만 담담히 그 모진 풍파와 아스라이 떠오르는 미련을 경험한 듯 시에 담아내고 있다. 흔한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막연한 이상을 이야기 하는것도 아닌데 과거의 경험담을 들으면 그리워 지면서 울컥하는 아련함이 있다. 그는 자신을 위로하고 읽는 독자도 위로받기 위해 글을 쓴다 했는데 담담한 과거의 경험으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은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과거보다 더 먼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읽어보면 관련된 추억이 떠오른다. 현실에 바쁘게 치여서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우리에게 트리거가 되어 미련과 같이 풍요하지 못했던 시절을 향수짓게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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