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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평점 :

어릴적 성씨와 본관, 무슨 파 몇 대손등 자신의 이름외에 자신의 뿌리와 같은 이것들을 외우라고 교육받았다. 세습과 같은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누구의 자손 누구의 후예등을 알아야 타인과 구분되기 때문이다. 근데 만약에 돈도 아닌 족보를 들먹이는 과거가 이어지고 자신이 핏줄이 내세울 것 없는 노비였다면? 소설은 그 발칙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상상에서 시작한다.
사업의 실패로 막다른길로 내몰린 현봉달. 그는 노모를 찾아가 전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그러다 발견한 집안의 가보와 같은 고문서. 돈이 될까 그 의미를 묻지만 백년전 임금의 교지임에도 불구하고 공명첩이었다. “쌀 열두 가마를 헌상하고 받은 정3품 통정대부”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큰 인물의 후예가 아닌 것은 알았지만 노비인줄 몰랐다. 그래도 흔한 성이 아니고 돈이 될까 싶어 종친회를 세운다. 헌씨 종친회.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이혼 위기의 전업주부, 탈북자, 의심스러운 노 교수, 횟집을 운영하는 전직깡패, 미국에 입양된 청년, 엄마의 성씨를 따른 아이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자고 하면서 모이는데 헤프닝이 벌어지고 저마다의 마음속은 다르다. 하나씩 직책을 지워주며 서로의 다른 속내를 드러내는데..봉달의 바램은 이루어질수 있을까..
사회의 축소판에서 계급이 있었다면, 계급이 주는 차별과 시선, 의식이 이채롭다. 조선의 10%가 노비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40% 약 400백만명이 노비였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는 한 쪽이 양인이라도 자식은 노비로 세습되는 정책에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시대에서 과연 양반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의미가 있나 생각 또한 해본다. 왜냐면 본문중에 사람은 돈이 전부라고 돈이 최고의 양반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종친회 나부랭이가 현실이 아닌 돈이 양반이 세상, 허례허식이 아닌 현물이 전부라는 말에 씁슬함이 나오지만 굳히 밝혀내어 의미를 인정받는게 완벽한 인생일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뿌리찾기로 자신을 완벽하게 만드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 다른 속내지만 미완의 인생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모임 <노비 종친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