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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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월의 흔적이 묻고 모양이 변형하며 낡아지는 것을 표현할 때 닳다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아련한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닳다라는 말을쓸 때 우리는 쓸모없다라는 수식어를 많이 붙이기 때문이다. 왠지 시간의 흐름보다는 옅어지는 존재의 의미로 보기만 해서 닳는다는 표현은 무덤덤하게 사용하지만 돌아보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은 영속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과 나이든 자식이 거동하기 힘든 노부모를 바라보는 동기는 같은 사랑이겠지만 그 시선만은 첨예하게 틀리다. 남들과 같이 가정을 꾸리고 앞만 바라보고 살아오면 어느덧 부모의 나이가 된 나를 느낄 것이다. 동일한 삶은 아니지만 인생의 굴곡과 삶의 문제들을 겪고 나면 과거 부모님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갑자기 부모님의 세월을 돌아보며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이별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존재가 인식되면 시간은 더욱 야속하게 느껴지고 바라보는 것조차 시간이 소모와 존재의 이유로 초조하기만 할 것이다 .

 

내 이마에 나이테가 하나 둘 생길 때마다

오히려 우리 할머니는 닳는 것 같아 나이 먹기 되레 두려워 진다.

금지옥엽 바라만 봐도 닳는 날 키우느라 닳아버린 우리 할머니의 허리..

 

저자의 감정을 향수와 같은 추억에서 느끼는 감정을 시로 담아내고 있는데 우리 또한 그런 과정에서 깊은 공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애가 닳는다는 표현을 자주쓰는 만큼 왠지 아쉬운보다 아까운이란 감정이 제일 연상된다.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 노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 이루어지지 않은 첫 사랑등 우리는 여러 일을 경험하지만 일상의 흐름에서 메모리는 안타깝고 즐겁고 슬펐던 순간의 기억이 될 것이다. 즐거운 추억에서는 회상에 미소를 짓기도 하는 반면 다가오지 않는 시간에는 걱정이 앞서고 지금의 순간을 충실히 보내며 훗날 후회없이 살았다는 말을 할수 있나 찾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책에서 보여지는 경험과 추억은 무심코 지나친 것들에 대한 시간의 흔적, 나라는 사람을 회고하는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무모하게 닳듯이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의미있고 값지게 시간을 닳고 있는지 의구심 또한 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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