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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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갖는 힘은 복합적이다. 우리는 나의 집에 들어갈 때는 엄청난 안정감을 갖지만 다른 이의 집에 들어갈때는 상대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처음 이사했을 때는 서먹하기만 하던 집이 어느새 가장 익숙한 공간이 된다. 오랫동안 살았어도 새롭게 가구를 재배치하던가 수리를 하면 또 색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뗄 수 없는 진실은 우리는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에도 우리는 동굴 속에 들어가 바람과 비를 피하고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에서 우리를 지켜내고자 했고, 여기에 편리와 편의라는 우리의 욕구가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선사시대 움막을 보아도 그 특성이 들어나는데, 불을 피우는 공간과 배변을 하는 장소가 점차 분리되고, 농업이 발달되면서 주택의 형태도 발전해갔다. 지금은 도시의 발전으로 현시대의 주거환경으로 변화했다. 현시대의 도시인이 거주하기 가장 합리적인 아파트와 같은 고층빌딩이 나타나면서 우리는 단순한 기능의 의미를 담던 것에 디자인, 미학을 입히기 시작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공간에서 그 공간이 의미하는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디자인이 주는 힘은 단순히 작가의 의도만을 담아서는 안된다. 인간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더라도 그 안에 심리적 안정감이 담겨져있지 않다면 그 공간은 금세 잊혀지거나 불쾌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대표적인 공간으로 서술된 홀로코스트의 의미가 달리 보인다. 이 공간에서 내가 길을 잃거나 고립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공간의 의미와 힘은 오롯이 느끼되 공포스러운 공간이 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 곳을 찾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가운데 위치한 가장 높은 구조물이 주는 위압감은 전쟁의 상흔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 말해준다.

공간이 갖는 힘은 그렇기 때문에 위대하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일상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새로운 건축물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내가 어떤 공간에서 살아야하는지 선택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되는 책.

디자인, 건축물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실용서다. 어렵지 않게 많은 유명한 건축물들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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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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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일부 사상가들과 작가들은 '게으름'이 어떤 형태로든 삶의 최고 형태라고 여겨왔다. 일이 아무리 즐겁고 보람 있을지언정, 그들에게 일이란 노예제의 다른 이름이다. 반면에 여가는 자유다."
- 22p


언제부턴가 아침형인간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 운동, 자기계발, 공부 등 무엇인가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이 사회적 운동은 자는 시간에 대한 기준은 넣지 않은 채 또 세상을 알차게 채우는 것에만 초점을 채우는 것이라 느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를 느끼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배우고,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 부담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으름이 결코 나쁜 것도, 나태한 것도 아니라는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게으름이 중요한 이유도 당연히 좋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일하지 않으면 나태하다고 채찍질 하는 것에 익숙해왔던가. 초반부에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슬펐다. 게으르고 싶은 내 마음과 그래선 안될 것 같은 사회적 인식의 괴리감이 주는 어려움이 너무 컷다. 휴가날에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 내 메신져를 들여다 보고, 업무메일을 체크하면서 업무에도 휴식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한다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나태한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업무처리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 누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업무처리에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동동거렸다. 이 지긋지긋한 노예근성. 그 근성은 누가 심어둔 것일까. 책임감 높은 사원이 업무를 잘하는 사원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나는 벨보이의 역할에 이입했던가보다..(물론 그 영화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벨보이였던 그가 맞다) 우리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긴급한 사건사고에 집중하느라 아름다운 대칭의 이국적인 호텔의 풍경은 미쳐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않았던가.



그렇다고 무작정 게으름만 부려서는 안된다. 게으름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트레이닝의 과정에 일부이니까. 매일 게으름만 부리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여유와 휴식으로 내 내면이 다져져야 아름다운 시를 쓰고 아름다운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게으름의 방법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느긋이 누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명상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내 마음과 머리 속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진다면 그 무엇이든 괜찮다.



이제 마음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 세상은 내가 하루쯤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돌아간다. 그러니 오늘은 당신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외면하고 느긋이 게으름을 부려보는 것은 어떤가. 푹신한 침대에 누워 여유를 부리거나,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켜피 한잔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맘껏 음미하는 것. 그것이 당신의 삶에 또 다른 윤활유를 만들어줄 것이니까. 오늘도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당신, 당신의 손에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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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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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만 좋은 건 아니에요. 왜 다들 천연만 찾는지 모르겠어. 몸에 안 좋은 천연도 많아요. 인위적이라고 나쁜 것도 아니고.

179p.

우리는 여성과 남성은 다르다고 배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죽하면 여성과 남성을 화성과 금성에 비교했을까. 물론 여성과 남성은 태초의 시작부터 다르다. XX냐 XY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외형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는 이 다른 단 하나의 염색체에 집중해 다름을 인정하라고 이야기하면서 나머지 36개의 동일한 염색체는 망각하고 만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고, 동일한 염색체의 갯수가 훨씬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구와 생리작용의 대부분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때가 되면 배가고프고, 밤이 되면 잠이 오며, 소화가 완료된 찌꺼기들은 배설해야한다. 그와 동일하게 우리는 종족 번식에 대한 욕구도 갖고 있다. 이건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구분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욕구다. 이 책은 그 개념을 일깨워줬다. 이왕이면 생리를 안겪어본 남성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세상에 오천명의 여성이 있다면 이 오천명은 각자 다 다른 생리를 겪는다. 매달 겪기도하고, 매달 못해서 힘들기도하고, 한번도 하지못하기도 하는 이 지긋지긋한 생리는 여성의 삶에 커다란 족쇄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이렇게 통쾌하고 적나라한 생리일기라니. 생리라는 것이 한달 중에 일주일을 피만 흘리는 행위가 아니라 일정기간의 주기를 갖고 지속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이 당연하고 숭고한 희생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을 준다. 당장의 삶의 질과도 직결될 정도로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면서 얼마나 많은 프레임을 여성들에게 씌워왔는가. 읽는 내내 어딘가 불편했던건 나도 사회가 만든 편견에 갇혀있었단 뜻이기도 하겠지.. 우리는 배탈이 나거나 감기에 걸리면 당연히 나의 상태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배려받는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당당하게 생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PMS로 힘들 때도 극심한 생리통에 고통받을때도, 무엇때문에 아프고 힘든지를 입밖으로 낼 수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같진 않지만 모두 비슷하게 불편함을 갖고있다. 우리는 다르다고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상황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는 생리를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편견에 사로잡혀 나의 몸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안다. 우리는 잘못을 한 것도,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데, 뭐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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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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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429p.

완벽한 엄마란 무엇인가. 누가 완벽함을 규정했는가. 분명 뉴욕의 여성들이 주인공인데,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면서 우울했다.



분명 준비된 부모에게 찾아온 아이는 축복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란 존재는 새로운 생명이 내 몸에 자리잡고 성장해 하나의 인격체로 품에서 떠나갈 때까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 책임을 부여받는다. 주변의 모든 이들은 임신을 축복이라 부르며 모성이라는 감옥 안에 여성들을 옥죈다. 임신과 출산은 물론 여성만이 겪어야 하는 굴레지만, 출산 이후의 호르몬 변화에 적응도 하기 전에 엄마로써의 삶을 강요받는 것이다.



5월의 엄마들은 사실 모두의 숨겨진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때문이고, 불행히도 그 아이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점차 커다란 불안으로 치닫는다.



엄마라는 이유로 완벽한 육아를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는 언론들과 마치 그 방법과 다르다면 불량 엄마의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는가. 모유수유를 완벽히 하지 않아도, 아이의 성장이 또래들과 완전히 같지 않아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가족의 구성원이 다른 가족과 조금 다르더라도 충분히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소설 속에는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이 담겨있다. 엄마라는 이유로 씌워지는 프레밍 뿐만 아니라 아내로서, 어린 여성으로서 경험해야 했던 많은 편견과 고통이 그려진다.



그루밍 성폭행, 부적절한 관계에서 결국 꽃뱀으로 몰리는 어린 여성, 싱글맘에 대한 편견, 산후우울증, 출산 이후 남편이 요구하는 성관계, 산후우울증, 원치 않는 임신, 경력단절 등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거나 고민할 법한 사회적 이슈가 담겨있다.



출산은 축복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책임만이 엄마에게 지워져서는 안된다. 결국,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완성되어가는 엄마도 함께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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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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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우리를 세상과 다른 사람들 가까이로 끌어당깁니다. 우리는 사물과 상황을 손으로 다루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경험합니다.

152p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철학가들의 글을 보면서 어렵고 재미없는 분야라고 점철했다. 아무래도 이 거리감은 깊은 고뇌에 이어지는 어려운 문장들 때문이 아닐까. 그들의 깨달음은 아직 나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였고, 어려움이란 벽은 철학이란 단어에 관심이 멀어지게 했던 것 같다.



유일하게 아는 철학적 메시지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고나 할까. 내가 철학이 어려웠던 이유는 그들의 단편적인 결과물만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왜 이런 고민을 시작했고, 그 고민의 끝에 왜 이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명쾌하게 풀어줬다. 철학과 심리학은 비슷한 듯 다르다. 내 마음 속의 고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철학은 인간에 대해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철학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가진 그릇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내가 아무리 두드린다 한들 놋그릇이 은쟁반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두드리냐에 따라 이 놋그릇은 평범한 그릇이 되느냐 아니면 또 다른 기능을 가진 예술품이 되느냐 혹은 그마져도 의미를 잃을수도 있는 법이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이해를 하고나면 내가 가진 그릇의 기본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어떤 재질이고 어느정도의 양을 가졌는지. 이것을 가지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철학 속에 있다.



어렵고 불편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가 달리보이는 순간, 철학은 그렇게 내 삶에 작은 그릇을 만들었다. 나는 이 작고 투박한 그릇을 어떻게 두르려 작품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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