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갖는 힘은 복합적이다. 우리는 나의 집에 들어갈 때는 엄청난 안정감을 갖지만 다른 이의 집에 들어갈때는 상대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다. 처음 이사했을 때는 서먹하기만 하던 집이 어느새 가장 익숙한 공간이 된다. 오랫동안 살았어도 새롭게 가구를 재배치하던가 수리를 하면 또 색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뗄 수 없는 진실은 우리는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에도 우리는 동굴 속에 들어가 바람과 비를 피하고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에서 우리를 지켜내고자 했고, 여기에 편리와 편의라는 우리의 욕구가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선사시대 움막을 보아도 그 특성이 들어나는데, 불을 피우는 공간과 배변을 하는 장소가 점차 분리되고, 농업이 발달되면서 주택의 형태도 발전해갔다. 지금은 도시의 발전으로 현시대의 주거환경으로 변화했다. 현시대의 도시인이 거주하기 가장 합리적인 아파트와 같은 고층빌딩이 나타나면서 우리는 단순한 기능의 의미를 담던 것에 디자인, 미학을 입히기 시작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공간에서 그 공간이 의미하는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디자인이 주는 힘은 단순히 작가의 의도만을 담아서는 안된다. 인간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더라도 그 안에 심리적 안정감이 담겨져있지 않다면 그 공간은 금세 잊혀지거나 불쾌한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대표적인 공간으로 서술된 홀로코스트의 의미가 달리 보인다. 이 공간에서 내가 길을 잃거나 고립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공간의 의미와 힘은 오롯이 느끼되 공포스러운 공간이 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 곳을 찾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가운데 위치한 가장 높은 구조물이 주는 위압감은 전쟁의 상흔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 말해준다. 공간이 갖는 힘은 그렇기 때문에 위대하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 일상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새로운 건축물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내가 어떤 공간에서 살아야하는지 선택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되는 책. 디자인, 건축물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실용서다. 어렵지 않게 많은 유명한 건축물들을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