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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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일부 사상가들과 작가들은 '게으름'이 어떤 형태로든 삶의 최고 형태라고 여겨왔다. 일이 아무리 즐겁고 보람 있을지언정, 그들에게 일이란 노예제의 다른 이름이다. 반면에 여가는 자유다."
- 22p


언제부턴가 아침형인간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 운동, 자기계발, 공부 등 무엇인가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이 사회적 운동은 자는 시간에 대한 기준은 넣지 않은 채 또 세상을 알차게 채우는 것에만 초점을 채우는 것이라 느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를 느끼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배우고,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 부담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으름이 결코 나쁜 것도, 나태한 것도 아니라는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게으름이 중요한 이유도 당연히 좋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일하지 않으면 나태하다고 채찍질 하는 것에 익숙해왔던가. 초반부에 너무 내 이야기 같아서 슬펐다. 게으르고 싶은 내 마음과 그래선 안될 것 같은 사회적 인식의 괴리감이 주는 어려움이 너무 컷다. 휴가날에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 내 메신져를 들여다 보고, 업무메일을 체크하면서 업무에도 휴식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한다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나태한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업무처리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 누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업무처리에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동동거렸다. 이 지긋지긋한 노예근성. 그 근성은 누가 심어둔 것일까. 책임감 높은 사원이 업무를 잘하는 사원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나는 벨보이의 역할에 이입했던가보다..(물론 그 영화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벨보이였던 그가 맞다) 우리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긴급한 사건사고에 집중하느라 아름다운 대칭의 이국적인 호텔의 풍경은 미쳐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않았던가.



그렇다고 무작정 게으름만 부려서는 안된다. 게으름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트레이닝의 과정에 일부이니까. 매일 게으름만 부리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여유와 휴식으로 내 내면이 다져져야 아름다운 시를 쓰고 아름다운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게으름의 방법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느긋이 누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명상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내 마음과 머리 속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진다면 그 무엇이든 괜찮다.



이제 마음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 세상은 내가 하루쯤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돌아간다. 그러니 오늘은 당신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외면하고 느긋이 게으름을 부려보는 것은 어떤가. 푹신한 침대에 누워 여유를 부리거나,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켜피 한잔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맘껏 음미하는 것. 그것이 당신의 삶에 또 다른 윤활유를 만들어줄 것이니까. 오늘도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당신, 당신의 손에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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