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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9년 9월
평점 :
사랑? 나는 할머니가 뭘 좋아했는지 잘 몰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뭘 좋아했는지 모른다는 건 오직 사랑을 받기만 했다는 뜻이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 타령만 할 때가 많다.
80p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여유가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해서는 시간의 확보가 필수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민중이 개돼지이기를 바란다. 먹고살기에만 매몰된 인간으로 만든다. 그러나 개와 돼지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정작 개되지도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누리고 싶어 한다.
134p~135p
저임금이나 무임금을 변호하기 위해 흔히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다고 해서 그 일의 생산적인 의미가 감소되지는 않는다. 영화배우, 야구선수, 최고경영자처럼 요즘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도 보통 자기 일을 사랑한다. 일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월급을 시장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다룬다." 그렇다. 노동자가 그 일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그가 받을 임금과 별개의 문제다. 사장님은 회사를 사랑하니까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80p
책 제목에서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공감되고, 재미있었다. 먹는 입이 갖는 서열, 말하는 입이 갖는 위치, 사랑하는 입이 갖는 포용력. 그 안에 담겨진 생각도 못한 입의 기능. 이렇게 보니 사람에게 입이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고 여러가지 의미로 살아감에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흔히 밥상머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있다. 인간의 본능이자 생존과 직결되는 밥상 위에서 우리는 사회적 규율과 법칙을 배우고 더 나아가 오래된 관습처럼 굳어진 서열을 배우게 된다. 나도 모르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준 책.
먹는다라는 말이 담는 다각적인 의미들. 먹는 음식을 만들고, 먹이는 부엌에서의 역할부터 먹힌다는 말에 담긴 편견과 차별의 목소리들이 정갈한 밥상처럼 차려져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여성이라 배척당하고,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새로운 시야가 거북할정도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로 보여준다. 새로운 각도로 다가가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왜 나는 불편하다, 고쳐야한다 이야기만 했을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건지 인식하지 못한채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나는 좀 더 멀리보고 크게보고 여전히 소신을 이야기하고 오롯이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