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왼쪽 장갑은 주머니에서 빠져나오기로 마음먹었어요.

혼자 남는 것보다는 단짝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가는 편이 나아요.

동화책은 묘한 힘이 있다. 정말 단순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어린 아이들이 주로 접하는 책이다보니 문장도 어렵지 않고, 함께 들어가는 삽화들도 정겹다. 그래서인지 동화책이 이야기하는 교훈은 더 잘 지키게 된다.

<작은 사랑 이야기>는 2018년 에스토니아의 ’디자인이 훌륭한 어린이책’에 선정된 작품으로 겨울의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정경을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삽화의 색채도 독특한데,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만을 사용했다. 적은 색감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작가인 티아 나비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편집자이자 작가, 칼럼니스트로 어린이책과 육아 안내서, 청소년 연극 대본 등을 썼다. 그림을 그린 카디 쿠레마 역시 에스토니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전 세계에서 30회가 넘는 전시회를 한 작가다.


트리누가 눈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코트 주머니에서 오른쪽 장갑 한 짝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존재는 반대쪽 주머니 속의 왼쪽 장갑뿐이다. 트리누의 왼쪽 장갑은 떨어진 오른쪽 장갑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다. 땅에 떨어진 장갑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쓰레기장에서 천천히 썩어가거나 새의 둥지에서 알을 품다가 헤어져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삶도 물론 의미가 없진 않지만, 트리누와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눈에 젖고, 난로 위에서 쭈글쭈글하게 말라갔을지라도 함께 한 시간이 훨씬 즐겁고 의미가 있었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짝이 없는 장갑은 의미가 없다. 왼쪽 장갑은 위험을 무릎쓰고 트리누의 주머니에서 떨어진다. 비록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채 차가운 물웅덩이 속에 남겨지게 될 지 모르지만, 오른쪽 장갑과 함께 하기 위해 모험을 무릎쓴다.

트리누의 왼쪽 장갑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동화는 물질만능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트리누의 모습을 통해 길들임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희생시킬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은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앞으로도 트리누는 이 더럽혀지고 낡은 장갑을 또 다시 빨아서 착용할 것이다. 새로운 장갑을 살 수 있지만, 오래된 것이 같는 가치를 트리누도 알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더러워지고 잊혀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도 기꺼이 몸을 던져 위험에 빠진 당신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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