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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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심각한 일이었다. 우리 세대는 백 살까지 살 가능성이 높아만 가는데, 겨우 35년 살고 인생이 재미없어지는건 아주 심각한 일이 아닌가! 심심한 채로 65년 살기. 아니 될 말이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를 지나며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힘든 시기는 언젠가 통과해내겠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와 마주친 현실이 그저 최악'만' 면한 재미없는 삶이라면? 나는 '재미있는 삶'을 회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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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 이게 문제다. 늘 내 탓을 했다. 체력도 떨어져가는데 끈기도 없는 자신을 탓했다. 바꿔 생각하자. 체력이 떨어지니까 끈기가 사라지는 거다. 운동을 지속할 바탕, 힘이 없으니 계속할 여력이 없을 수밖에. 체력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게 또 '내 탓'이라고는 여기지 말자. 우리 삶이 어디 체력 관리씩이나 하라고 내버려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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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잣대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무리하게 굶어 마른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면 언제부턴가 탄탄한 근육질의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내 몸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채워줄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한다. 여전히 미의 기준은 탄탄하지만 마른 몸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다정은 체력에서 온다고.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살다가 퇴근길 버스에 오르면 벌써 두통이 머리를 감싸고 피로가 온몸을 축 처지게 한다. 체력이 모자라니 기분도 함께 바닥을 향한다. 자연스레 운동도 미루게 됐다. 하지만 간간히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스트레칭만 해도 다음날 눈뜬 후 몸의 가뿐함이 다름을 느낀다. 땀이 주는 상쾌함은 늘 고통의 크기와 비례한다.

​여전히 나는 여름이 다가오면 얇아질 옷이 두려워 다이어트를 하고, 탄탄하지만 늘씬한 몸을 보며 동경한다. 남들의 잣대와 시선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어느샌가 나도 그런 기준에 얽매여 살고있었다. 운동을 해도 건강하기보단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살았다. 왜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내가 나를 사랑하고 보듬기 위해 살아야하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 예쁜 몸이 아닌 건강한 삶을 그리기 위해 운동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서 너무 좋았다. 운동에 대한 식견도 넓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근력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솔직히말하면 그래도 운동은 여전히 어렵고 귀찮고 멀다. 하지만 이제 나는 운동 유랑기를 시작해야겠다. 내가 진짜 원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나의 몸에 맞는 운동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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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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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중략) 저들도 모두 언젠가 잉태되어 나왔겠지. 모두 하나하나 두 사람이 결합해서 세상에 태어난 거잖아. 태어난다는 것. 우리는 어째서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죽어가는 이야기, 태어나는 이야기 말이야."

-169p.(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루시아 벌린의 두번째 자전적 소설. 청소부매뉴얼은 자신의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던 보람과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던 책이라면 이 책은 조금 더 깊고 본질적인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의 근원, 탄생과 죽음, 시간의 흐름 속에 쌓이는 자신의 연대와 서사에 대해. 그리고 주로 자신이 일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이 배경이 됐던 전작에 비해 이번엔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특히 더 깊게 다뤘다. 그래서인지 한층 더 깊게 사색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주였다.

 

그녀의 소설들을 보고있으면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삶을 관찰했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그 시간의 감정과 서사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장면과 시간을 오랫동안 품고 고민하고 관찰해 한문장 한문장 만들어낸 기분이 든다. 그 순간의 공기, 환경, 구성원들의 모습, 시간의 흐름까지 이 존재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 내가 마치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시기의 다른 나라의 모습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더 묘하고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쓴 '앨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를 꼽고 싶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와중에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의견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까지도. 내심 그녀의 이야기에 그녀를 대입하며 읽고있어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해 갖는 인식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출산을 통해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모습이 왠지 공감이 갔다.

 

여전히 그녀의 삶은 고되다. 싱글맘으로서 아이들을 키우는 행복과 고됨이 공존한다. 알콜에 의존하고, 다시 선생님으로 간호사로 삶을 개척해가기까지 고된 삶의 향기는 그녀의 글을 더욱 깊어지게 했지만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쓰리고 아팠다. 그리고 항상 응원하게 된다. 그녀의 삶이 이제는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물론 이미 작고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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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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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타인의 세계 안에서 타인의 언어로 자신이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두려움을 준다.
-49~50p.

서로가 서로의 첫문장이 된다는 것. 일곱의 작가가 각자의 주제를 골라 작성한 연작집. 아 너무 로망같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한장한장 아껴가며 읽었다. 글쓰는 사람으로 살고싶은 그것도 아주 둥글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만 있어 오히려 도전하지 못하는 나에게 이들은 채찍질하면서도 둥글게 달래주는 것만 같았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까지 흔하다면 흔한 보통의 존재들이면서 누군가에겐 매우 중요한 존재들에 대한 일곱명의 작은 에세이들. 거창한 주제에 대해 논했다면 이렇게 쉽게 읽히지 않았을 것이고, 쉽게 써서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수없이 많은 글을 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쓰는 지금의 나도 글을 쓰고있다. 나만의 색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색채를 담아 글을 쓴다. 각자 살아온 시간과 경험의 색을 담아.

작은 주제를 가지고 나도 나의 첫문장을 쓰고 싶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 글쓰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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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신규진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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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 20일,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의 유해는 프랑스가 경의를 표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모신 성소 팡테옹으로 옮겨졌다. 마리 퀴리는 그곳에 받아들여진 유일한 여성이다. 퀴리 부부의 관은 방사능 차단을 위해 2.5밀리미터의 납판으로 봉인되었다.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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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이렇게 배웠다면 어렵지 않았을텐데. 우리는 누군가의 업적을 배울 때 단순히 이름과 그 사람이 발견한 업적, 공식을 순서대로 외웠다. 그 결과 머리 속에서 과학자들의 이름과 업적은 헝크러지기 일쑤였고,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진작에 이렇게 배웠다면 조금더 재미있게 이해하면서 배울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5가지의 큰 분류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의 과학 발전의 역사와 업적을 정리함과 동시에 이론에 대한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어 유익했다.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하기엔 사실 좀 어렵긴 하지만.

다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한장한장 읽었는데, 아는 이름을 볼 때마다 왜이리 반갑던지. 마리퀴리를 읽을 땐 여전히 안타깝다. 라듐의 위험성을 몰랐기에 할 수 있었던 연구였겠지만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여러번 붙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에 미쳤던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 과학의 발전이 주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인류의 발전과 새로운 발견, 과학기술의 발전은 또 새로운 학문의 탄생과 과학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발견은 이전의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도 하고 더해지기도 하면서 지금의 우리들을 만들었다.

과학의 발전과 발견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다. 알고 있던 이론들도 그 전후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니 왜 그들이 그런 연구를 해야했고, 결과도출에 있어 어떤 요소들이 적용됐는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자연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해답과 방향은 과거의 발견자들의 삶에 있다. 이 괴짜들이 만든 세상에 사는 우리는 또 다른 괴짜로서 후세의 사람들에게 기록되어 남을 것이다. 여전히 맞기도 틀리가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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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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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소 짓다가 정정은 씨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음흉한 사람이 되었을까. 타인의 불행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되엇을까. (중략) 어디부터 길을 잘못 들었기에 이렇게 음울한 즐거움을 달콤한 독약처럼 한껏 들이마시는 사람이 된걸까. (중략) 정정은 씨는 갠지스강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더 야비해지기 전에, 자신 안의 무언가를 태워 그 재를 흘려보내야 할 것 같았다. 악마는 멀리 있지 않았다. 마음의 어디가 썩었는지, 역겨운 냄새가 어디에선가 풍겨왔다.

- 69p '정정은 씨의 경우'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걸까. 사각사각, 김은정의 마음속 빈자리에서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136p '공동생활'




 

책 속에 이 많은 정아씨들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평가를 받고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다음 정아씨는 행복할까 싶어 넘기고 넘겨보아도 왜 나는 이렇게 슬프고 마음이 저릿한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특출나게 특별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았다는게 더 뭉클해진다.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행복하게 살고싶었던 아주 작은 욕심이었을 뿐인데, 주인공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찌질하고 못난것일까. 순진한 여성들의 삶은 당하기 일쑤고, 당하기 싫어 아득바득 노력하면 독산 사람이 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당연히 따라붙는 여성의 희생. 가사를 돌보고, 뒷바라지를 하고, 원하면 언제나 몸과 마음을 주는 것.

 

열심히 사는 삶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순진하고 젊은 여성들이 왜 독하고 못된 여자에 까지 달아야했냐는 것이지. 가난한 삶에서 더 좋은 상황으로 가기 위해선 단돈 백원이라도 아껴야하고, 알뜰살뜰 쿠폰을 모아 간식을 먹는 삶에도 고소한 삼겹살은 맛만 좋을 것이고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는 여자친구일때는 그저 고맙고 야무져보이다가도 법복을 입고 난 후에는 거머리가 될 수 도있는거지. 순진해서 유부남인지 모르고 만났을지라도 결국 상간녀라는 꼬리표는 여성에게 남는 주홍글씨고, 회사에서 참다참다 못해 던진 사표는 이별의 사유가 됐다. 아니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여성'이라서 죽어야만 했던 수연의 억울함은 또 어쩌고.

  

분명 이 소설의 여덟주인공은 소설 속 인물들이다. 누군가는 과장한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할테고, 누군가는 이들의 목소리와 이들의 삶에 구구절절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분개하고 마음아파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강펀치를 날리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소설 속 그녀들은 인파이터로 소설 밖 우리는 아웃파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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