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 ㅣ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이번 주에는 숫자를 제목으로 가진 책 2권을 연달아 독파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리뷰를 숫자 위주로 한번 준비해 봤습니다.
28
-
집필기간 2년3개월
-
28일간 벌어지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
-
485쪽
- 나의 독서 기간 1박 2일
64
-
집필기간 10년
-
14년전 미제사건에 관한 이야기
- 689쪽
- 나의 독서기간 2박 3일
이전에 요코야마 히데오란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28에 이어 64가 눈에 들어오길래 호주 와인 빈 555 쉬라즈나 칠레와인 1865 처럼 책 제목도 숫자로 붙이는 게 유행인가?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소개글에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 요코야마 히데오의 10년에 걸친 대작'이라느니, 일본 독자 반응이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며 '문장, 대사 하나하나에 숨이 멎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느껴진다' 는 둥, '두말할 것 없이 올해 최고의 책'등 극찬이 쏟아진다길래 마음 한편에서는 로저 로젠블라트의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에서 경고했던 ** 47. 문화생활을 위한 규칙에 위배된다는 경고가 울렸지만 무시하고 읽어봤습니다.
'14년 전에 일어났던 소녀 유괴 살해 사건 '64'를 둘러싸고 새로 취임한 경찰 청장이 시효 만료 1년을 앞둔 지금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나서지만 주위 동료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그러던 중 '64'를 모방한 유괴사건이 일어난다'길래 뭔가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쳐주기를 기대하면서요.
여기까지 읽어본 당신도 음... 그럴 듯 한데? 하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중요한 단서가 하나 빠졌습니다. '경찰 홍보실'에 근무하게 된 주인공이 사실은 사건이자 줄거리이자 결론이라는 거! 689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아니지.. 형사였다 홍보실로 발령나 버린 주인공이 딸이 가출해서 행방불명되어 버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을 하며,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아내를 걱정하며,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진심으로 노력하는 그 '현장' 에 대한 보고서였다는 거.
그 현장이란 다름아닌 우리네 삶의 현장이더라구요.
삶이 발 밑에서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 들 때,
매일 매일 버텨오던 인생의 무게가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 무겁게 가슴을 누를 때,
그래서 잠이 영 안오는 밤 그때 이 책을 들었다면 제대로 책을 고른겁니다.
'64'의 실체는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고, 이 책은 흔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극장'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누가 이 책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재미 없다'고 말해줄 겁니다. 누가 이 책이 '볼 만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대답할 거구요.
만약 당신이 중년의 직장인이고 실직의 두려움, 현실의 암담함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저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겁니다. 최소한 곧 잠을 청하게 되거나.. (거봐.. 내가 재미없다고 했잖아요^^) 아니라면 적어도 당신처럼 고단하고, 외롭고, 힘든 또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그랬듯이요.....
끈기읽게 열심히 읽다보면 '전직'형사가 '홍보과' 직원으로 의식의 전환을 이루는 대목에서는 저처럼 설득 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개인적으론, 28보다 2.3배쯤 낫다고 봅니다만... (눈치챘나요? 그렇습니다.. 64를 28로 나눠봤습니다)
28은 그야말로 사건들이 주인공이지요. 등장인물들, 개들은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소모품이구요. 64는 사건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한사람이 주인공입니다. 그의 모습 속에 고단한 내모습이 보입니다.... 어쩌면 또다른 불면의 밤이 오면 저는 64를 다시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책장을 덮을 때 쯤 들었습니다.
**47번 규칙이 궁금한 분을 위한 사족:
문화생활을 위한 규칙들
가. '최대의 제작비, 해외 올로케이션, 호화 캐스팅'을 내세우는 영화는 보지 말라.
나. 제목만 그럴싸한 소설은 읽지 말라.
다. 길어도 가볼 만하다고 소개된 콘서트에는 가지 말라.
라. 독일어 남성 정관사 'Der'로 시작되는 제목의 오페라는 보지 말라.
마. 다른 오페라도 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