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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주말 아침이면 즐겨시청하는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이있습니다. 종종 학대받는 동물이나 유기견에대한 내용이 방송 될 때면 마음이 불편해지곤 합니다. 얼마전 또다른 한 프로그램에서는 개썰매에 미쳐 알래스카에 가서 살아볼까 한다는 남자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도입부에 개썰매경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름?친숙함을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썰매 경주 중 죽을 고비를 넘긴 주인공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수의사가 되어 아프고 다친 동물을 돌보다 무자비한 매질로 죽음 직전까지 갔던 대형견을 구하게 됩니다.
다시 원주인에게 돌려 보내면 주인의 아들에게 또 다시 학대를 받을까 우려하여 시간을 벌어보자고 벌였던 청구비 논란과 과거 개썰매 경주 중 벌어졌던 일이 기사화 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번엔 인수공통전염을 일으키는 전염병이 불러온 비극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지요. 참혹한 비극이 자신 주변에 또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수의사, 여기자, 소방대원, 간호사, 간호사의 아버지, 감염내과 과장, 동물학대를 일삼는 과장의 극악한 아들...누구하나 이 비극 속에 처참하게 망가지지 않는 이 없고 상황은 공황상태로 치달으며 전염병이 어떻게 인간의 일상과 사회를 박살내는지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이 소설이 불러 일으키는 진짜 공포는 불가항력의 전염병을 마주한 사회와 군중의 모습을 너무나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전염병이 개와 인간을 죽이고, 인간이 개를 죽이고, 개가 인간을 죽이고,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군대가 시민을 죽이고, 다시 전염병이 군인들을 죽이고....
사람을 살리기위해 개를 말려보다 함께 죽는것을 선택한 수의사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수의사를 좋아하게 된 여기자는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속의 여주인공만큼이나 불행해보였습니다.
전작인 네 심장을 쏴라에서 작가가 정신병원 입원 환자 개인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면 7년의 밤에서는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삶이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할 것 입니다 . 이번에는 그 확장판인 사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들을 돌보다 심신이 피폐해져 집으로 돌아와 하염없이 연락이 끊어진 아버지를 기다리는 간호사...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이닥친 불가항력의 범죄 상황...정신마저 놓아버리고 결국 군중속에서 죽음을 맞는 그녀의 모습에 내 마음도 같이 절망스러워졌습니다.
개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더이상 어찌할 수없는 비극적인 상황들의 모자이크로 완성된 한편의 소설이 올 여름 내게 두려움을 가르쳐줍니다. 아아 어찌해야할까요 이 절망감을...